참치 가격이 어종과 산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국제시장에서는 통조림 원료인 가다랑어 가격이 어획 부진으로 넉 달 새 약 35% 올랐다. 반면 국내 동해안에서는 횟감용 참다랑어가 한꺼번에 잡히면서 가격이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참치’로 불리지만 어종과 용도가 다른 데다 국내에선 저장·유통시설이 어획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어획 부진에 통조림 원료값 상승21일 글로벌 식품 수입·유통업체 겔러트글로벌그룹이 최근 발표한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가다랑어 원료 가격은 최근 t당 2300~24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6~7월의 1730~1750달러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상승률은 약 35.1%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판매업자는 가다랑어를 t당 2500달러까지 크게 올려 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다랑어 원료 가격을 밀어 올리는 주요 요인은 공급 부족과 조업비 상승이다. 수온 상승 여파로 자연 어군이 흩어져 물고기를 찾는 데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연료 가격까지 올라 조업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남미의 참치 원료 공급 부족으로 당초 태국 방콕으로 향할 예정이던 운반선이 에콰도르로 이동하는 등 원료 확보 경쟁도 나타나고 있다.
가다랑어는 참치 통조림에 주로 쓰이는 어종이다. 국내 동해안에서 어획량이 늘어난 참다랑어는 주로 횟감으로 소비된다. 국내산 참다랑어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통조림 원료 수급이 곧바로 개선되는 구조는 아닌 셈이다. 원료 가격 상승은 참치캔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지만, 실제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업체별 조달 계약과 재고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많이 잡혀도 보관 어려운 국내 참다랑어동해안 어업 현장의 고민은 다르다. 기후변화로 참다랑어가 늘었지만 한꺼번에 잡히는 물량을 처리하고 보관할 여건이 부족하다. 강원도의 ‘참다랑어 신자원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강원지역 참다랑어 어획량은 2020년 31t에서 올해 9월까지 438t으로 증가했다.
어획이 집중되면서 산지 가격은 크게 출렁였다. 올해 2~3월 ㎏당 2만2600~2만6000원이던 참다랑어 가격은 6월 418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강원도는 조업 현장의 피 빼기 등 전처리 기술과 작업 여건이 부족해 상품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존 냉동저장시설도 오징어·청어·고등어 등에 맞춘 영하 40도 수준이다. 참다랑어의 품질을 장기간 유지하려면 영하 60도 수준의 초저온 급랭시설이 필요하다.
어획한도인 쿼터도 제약이다. 참다랑어는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의 자원관리 대상이다. 국내에서도 배정된 한도를 초과할 우려가 있으면 포획 정지나 위탁판매 금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저장시설을 늘리는 것과 별개로 어획량 관리도 함께 풀어야 하는 과제다.
지자체와 수산기업들은 유통 기반을 보완하고 있다. 강원도는 내년 17억2000만원을 들여 초급랭 냉동 컨테이너 10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14일에는 강원도정치망어업인협회와 사조씨푸드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조씨푸드는 선상 처리 기술을 지원하고 참다랑어의 안정적인 매입·유통에 협력하기로 했다.
냉동을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소비지로 보내는 방식도 확대되고 있다. 동원산업은 지난 3월 대형선망수협과 협약을 맺고, 6월부터 연근해 어업인들이 잡은 참다랑어를 매입해 참치회로 선보였다. 자체 냉장·가공 기술과 저온 물류망을 활용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으로 공급한다. 늘어난 어획량을 어업인 소득으로 연결하려면 잡은 뒤 손질하고 보관해 판매하는 과정까지 갖춰야 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