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주 대하는 태도' 달라진 카카오

입력 2026-10-20 17:46
수정 2026-10-21 02:32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가 20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카카오 지배구조 개편 소액주주 2차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인적분할 후 정말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명확히 답변해달라’ ‘왜 주주에게 손실을 끼치면서 인적분할을 해야 하느냐’는 날 선 질문이 쏟아진 직후였다. 김 내정자는 흥분하지 않았다. 그는 “특별한 성과를 내고 싶고, 기존 구조로는 어렵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니 믿어달라”고 수차례 차분히 답했다.

이날 간담회는 1시간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90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주 성토 대회’ 같았다. 주가 하락으로 속이 타는 소액주주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경영진은 이에 하나하나 반응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지난달 첫 간담회에서 경영진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인적분할의 취지와 전략을 설명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번에는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는 데 집중했다. 이날 실시간으로 나온 질문만 25개였다.

사전 대본은 준비하지 않았다. 김 내정자는 간담회를 시작하며 “주주 소통의 연장선에서 별도 자료 발표 없이 바로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카카오 창업 이후 주주 질의응답만으로 설명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가 주주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답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한 소액주주는 “카카오가 주주를 단순히 자본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회사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대하겠다는 자세로 변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동안 카카오의 주주 소통 방식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데 회사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려는지 주주가 체감할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 경영진이 제시하는 사업 전략과 주주가 절실하게 원하는 기업 가치 회복 사이에는 간극도 컸다.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답하려는 이날 시도는 긍정적이다.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제시하는 청사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주주들이 그 필요성과 효과를 납득하지 못하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서다. 다만 이날 간담회 한 번으로 그동안 무너진 주주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가치는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카카오가 인적분할 이후 새로운 성장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주주에게 왜 회사를 믿어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말보다 경영의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