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과 물, 효모를 섞어 발효한 벌꿀술 ‘미드’. 기원전 7000년경 유물에서도 흔적이 발견될 만큼 역사가 깊은 술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하나의 주류 장르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설다. 꿀의 향긋함에 깔끔하고 쌉싸름한 술맛이 어우러지는 미드의 매력에 빠져 직접 술을 빚고, 나아가 전용 바까지 연 사람이 있다. 2020년 미드 전문 양조장에 이어 지난 2월 충남 공주에 전문 바 ‘천국보다 낯선’을 연 이재천 대표(60·사진)다.
지난 16일 ‘공주의 청계천’으로 불리는 제민천 인근. 26.4㎡(약 8평) 남짓한 작은 바에서 만난 이 대표의 손에는 375mL짜리 미드 한 병이 들려 있었다. 이 대표는 “상쾌한 아침에 가볍게 즐기는 ‘모닝 미드’의 맛은 정말 기가 막히다”며 “이 특별한 맛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환갑의 나이에 주점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15년간 홈브루잉 강의와 맥주 제조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공주 석장리에 미드 양조장 ‘석장리 미더리’를 설립했다. 이곳의 대표 프리미엄 제품인 ‘씨크릿’은 2024년 국제 미드 대회(MMC)에서 동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 이런 스타일의 술을 처음 선보였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꿀의 당도를 조절해 묵직한 풍미를 구현하는 고유의 발효 노하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존 열매인 ‘통카빈’을 넣어 다른 술과 차별화했다”고 덧붙였다.
미드 바를 처음 열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장사가 되겠느냐는 우려가 작지 않았다. 한 병에 1만원 미만인 맥주를 즐기는 지역 상권에서 3만원, 3만8000원짜리 미드가 팔리겠느냐는 것. 문을 연 지 8개월여가 흐른 지금, 가게는 공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주민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
가게 이름은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이 대표는 여기에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추가했다. 그는 “조용한 소도시 공주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술을 파는 가게도, 환갑에 새롭게 술집을 연 여성도 모두 낯설지만 신선하지 않으냐”고 했다.
이 대표는 “미드가 공주의 매력을 홍보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카카오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상생 프로젝트 ‘곳곳’의 기획에도 참여했다. 카페와 떡집 등 식음료 매장부터 공방과 소품숍까지 제민천 원도심 일대 가게 40곳을 묶어 매거진으로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이 대표는 카카오 측에 ‘아침 산책 요가 프로그램’이란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아침에 상쾌하게 요가를 즐긴 뒤 지역 소상공인이 준비한 아침 식사와 미드 한 잔을 가볍게 곁들이면 어떨까 상상했다”며 “유럽에 온 듯 이국적이고 여유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드와 음식의 조합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미드의 매력을 알리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그는 “보유한 요리 레시피만 500여 개에 달한다”며 “손님이 어떤 술과 음식을 주문하든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주=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