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구형 원자력발전 1기에 해당하는 960메가와트(㎿) 규모의 소형모듈원전(SMR) 발전소 사업에 투자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메타 구글 등 빅테크가 같은 이유로 SMR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어 미국과 SMR 사업을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국내 기업도 바빠질 전망이다. ◇메타·구글도 SMR 베팅아마존은 19일(현지시간) 엑스에너지,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와 함께 SMR 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한 공동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발전소는 인디애나주 설리번 카운티 옛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지어지며, 80㎿의 전력을 생산하는 소형 원전(XE-100) 12기가 들어선다. AEP가 부지, 엑스에너지가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아마존은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해 건설비와 운영비를 부담한다.
발전소는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자체발전(BTM·behind the meter) 방식이 아니라 지역 전력망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마존은 “지역 전력망에 1GW 규모의 탄소중립 전력을 공급하고 모든 비용을 자체 부담해 지역 주민에게 전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엑스에너지는 2039년까지 미국에 총 5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원전을 짓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빅테크는 앞다퉈 SMR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 1월 SMR 스타트업 오클로에 1.2GW 규모의 전력을 선구매해 개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테라파워에는 개발비를 지원하고 최대 2.8GW 규모의 미래 전력 확보 권리를 얻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2035년까지 최대 500㎿ 전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테네시주에 지어지는 50㎿ 규모의 에르메스2 발전소를 시작으로 전력구매계약을 확대할 계획이다. ◇韓 원전 기업들에도 훈풍미국 대형 원전은 2013년 착공한 조지아주 보글 3·4호기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보글 3·4호기는 당초 목표보다 7년 지연돼 각각 2023·2024년에 완공됐다. 총 건설 비용은 예상치의 2배인 300억달러(약 40조원)로 불어났다. 보글과 비슷한 시기에 착공한 VC 서머 2·3호기는 2017년 아예 사업이 중단됐다.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지자 유틸리티 기업들은 대형 원전 사업에서 손을 뗐다.
빅테크는 가동 중단된 원전에 눈을 돌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은 각각 펜실베이니아 스리마일 원전 1호기와 아이오와 듀에인아널드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나아가 완공에 10년 넘게 걸리는 대형 원전 대신 빠르게 가동할 수 있는 SMR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오클라와 카이로스파워는 각각 2028년·2030년 첫 원자로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원전 생태계에도 SMR발 훈풍이 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8월 아마존·엑스에너지와 4자 전략 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에 들어가는 압력용기 등 핵심 기자재를 제작한다. DL이엔씨는 SMR 설계·조달·시공(EPC) 분야에서 엑스에너지와 협력하고 있다.
빌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 사업엔 HD현대중공업·SK이노베이션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뉴스케일파워의 파트너로 두산에너빌리티·삼성물산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