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뒤바뀐 해킹판…은행 대신 2금융권 집중포화

입력 2026-10-20 17:52
수정 2026-10-21 00:08
은행을 겨냥한 해킹 공격은 줄었지만 2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해킹 시도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보험·카드사 등이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금융권 대상 공격 급증20일 금융보안원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국내 카드·보험·캐피털·상호금융을 노린 해킹 시도는 2286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보험사가 937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카드사가 627만5000건으로 2위였고 캐피털·상호금융 등을 포함한 중소서민업권(562만4000건)이 뒤를 이었다. 저축은행에서는 159만8000건의 해킹 시도가 발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2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해킹 공격은 3000만 건을 넘을 전망이다. 2024년 2800만9000건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카드사와 캐피털사를 뚫으려는 공격이 늘었다. 카드사 해킹 시도는 2024년 750만 건으로 역대 최대치로 증가한 뒤 지난해 530만 건으로 급감했으나 올해 다시 800만 건을 넘으며 기존 최대 기록을 깰 공산이 크다. 캐피털 해킹 공격도 2024년 475만 건에서 올해 750만 건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은행권 대상 해킹은 줄었다. 올들어 3분기까지 은행권 해킹 시도는 474만6000건으로 연말까지 약 630만 건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치인 2024년(1352만2000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허술한 보안망에 인력도 부족해커들이 2금융권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건 시중은행보다 해킹 공격에 취약해서다. 보험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은 은행에 비해 보안 예산과 인력 투자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발생한 신한은행 해킹 사고 전후로 침해가 확인된 금융사 가운데 저축은행·캐피털·상호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가상자산 등 2금융권이 11곳이었다.

2금융권의 보안 인프라도 열악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보안 점검에서 2금융권 업체 205곳 가운데 48곳은 보안 사항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보안 패치를 제때 하지 않거나 사후서비스가 종료된 제품을 여전히 사용 중이라고 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번 해킹 사태에서도 2금융권의 허술한 보안 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고객 5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예가람저축은행은 사후지원이 종료된 지 10년 된 데이터베이스(DB)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보안 인력 역시 턱없이 적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보안 전담 인력은 평균 92명인 데 비해 저축은행은 평균 6명이다.

보안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곳이 많다. 올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공시에 참여한 2금융권은 신한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롯데캐피탈뿐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2금융권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보안 투자를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며 “개별적으로 인공지능(AI) 보안 시스템을 고도화하기보다는 업계 전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장현주/배태웅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