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노후 단지에서 통합 개발 대신 사업 구역을 쪼개는 ‘분리 재건축’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치솟고 조합원 간 갈등이 깊어지자 규모보다 사업 속도를 택하는 것이다. 다만 ‘사업성 저하’와 ‘주거환경 악화’는 과제라는 지적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최근 압구정 한양7차를 압구정6구역에서 ‘6-1구역’으로 분리하는 정비계획안을 공고했다. 용적률 264.9%를 적용해 최고 49층, 268가구를 짓는다. 2016년 압구정 일대가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묶이면서 단독 재건축은 어려워졌다. 하지만 2023년 지구단위계획에 ‘대지분할가능선’이 설정되면서 추진 길이 열렸다. 한양8차도 단독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상가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양천구 목동8단지는 상가를 뺀 채 올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기존 1352가구를 1881가구로 늘리는 재건축을 추진한다. 강남구 대치우성1차는 토지분할 소송을 거쳐 상가 부지를 제외했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와 여의도 진주도 상가를 배제했다. 여의도 대교는 상가를 제외하고 추진해 여의도에서 가장 먼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분리 재건축의 배경에는 까다로운 조합 설립 동의 요건이 있다. 조합 설립에는 전체 구분소유자와 토지면적의 70% 이상 동의뿐 아니라 아파트 동별 구분소유자 과반수 동의도 필요하다. 전체 동의율이 높아도 특정 동의 반대가 많으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개정 도시정비법으로 전체 동의 요건은 75%에서 70%로 낮아졌지만 동별 과반수 요건은 유지됐다. 동의 확보가 어려우면 법원에 토지분할을 청구해 반대가 집중된 동 및 상가를 분리할 수 있다.
한 단지를 동별로 나눈 사례도 있다. 여의도 광장아파트는 용적률이 1·2동 243%, 3~11동 199%로 차이 나자 소송 끝에 2022년 대법원에서 분리 추진을 인정받았다. 1·2동은 지난 3월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돼 최고 52층, 414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분리 재건축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김성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남은 동은 동선과 주차에서 비효율이 생기고, 제외된 동도 규모가 작아 독자 재건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