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준비금 20만원 내라"…삼성바이오 노조 방침에 조합원 '부글'

입력 2026-10-21 08:00
수정 2026-10-21 15:07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추가 쟁의기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임금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다만 쟁의기금 각출은 조합비처럼 임금에서 일률 공제할 수 없고 사실상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내야 해 "징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기금 확보를 위한 임시 총회'를 22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부과액은 1인당 20만원이고, 상황에 따라 10만원 추가 부과도 가능하도록 조건을 달 계획이다. 약 4000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모두 쟁의기금을 추가 납부하면 노조는 8억~12억원에 달하는 쟁의기금을 한 번에 확보하게 된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현재 받고 있는 조합비(월 1만원)로는 파업 참여자의 임금을 보전해주기 어렵다"며 "개별 조합원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임금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현실적인 금액을 책정했다"고 했다. 다만 노조는 쟁의기금이 필요한 이유, 즉 후속 파업을 위한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당장 쓸 데가 확정된 돈이라기보다는, 파업을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지난 5월 닷새간의 1차 파업 당시 조합원이 일부 임금 손실을 봤고, 노조가 이를 보전해주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을 보전해주겠다는 노조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다만 쟁의기금 추가 부과가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조합원은 "그동안 걷은 조합비를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고, 다른 조합원은 "20만원을 어떤 근거로 책정했는지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쟁의기금 부과에 응하자니 큰 적자가 난 회사의 주식을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한 노무법인 대표는 "일회성 쟁의기금 징수는 체크오프 제도(사용자가 조합원 근로자의 임금에서 조합비를 일괄 공제한 뒤 노조에 전달하는 것)를 활용한 조합비 징수보다 어렵다"며 "총회 의결에 따라 일률 부과할 수는 있지만, 여기 응하지 않는 조합원이 있어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