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 선로 공사 현장의 감리업체가 같은 구간에서 나온 공단 재산을 검수하는 용역까지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처를 대신해 철거공사를 포함한 공사를 감독하는 업체가 그 현장에서 나온 레일·고철의 수량 확인까지 함께 맡게 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는 퇴직자 75명이 감리업체로 옮겼고, 이들은 모두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 대상이 아니었다.
20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과 공단으로부터 받은 감리업체 계약 및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코레일 감리 계약 상위 30개사 가운데 11개사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말 사이 퇴직한 직원 75명을 영입했다. 코레일은 75명 모두 취업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단에서는 감사와 건설본부장 출신이 취업신고를 거쳐 감리 수주 상위 업체의 부회장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감리업체가 감독 대상 업무를 함께 맡은 사례도 있다. 공단은 선로 개량 공사에서 나오는 레일·고철 등 공단 재산의 수량을 검수하고 야적·관리하는 철거발생품 관리용역을 새로 발주했다. 계약기간 2년짜리인 이 용역은 같은 구간에서 감리를 수행 중인 A사가 낙찰받았다. 업계는 공단 선로 공사에서 나오는 레일·고철류가 연 199억~279억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건설사업관리 용역사업자를 ‘법령과 계약에서 정한 범위에서 발주청의 감독 권한을 대행하는 지위’로 봤다. 시공 단계의 품질·안전관리 확인과 설계변경 확인, 준공검사가 감리업체 업무에 들어간다. 해당 구간에서 공단의 감독 권한을 대행하는 업체가 같은 현장에서 나온 공단 재산의 검수 용역도 맡게 된 것이다. 공단은 국토부 회신 이후에도 A사와의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감리기술자가 이해충돌방지법상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는 만큼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업무를 회피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리용역은 공단이 2019년 철거품 관리를 민간 용역으로 돌리면서 생겼다. 지역별 철거물 담당 직원이 1~2명뿐이어서 직접 감독이 어려웠고, 지역 수거 과정에서 공단 자산이 빠져나가는 일도 있었다. 용역업체는 업무를 시작한 뒤 수도권 역사에서 고철 무게를 속이려던 시도를 사전에 적발하기도 했다.
코레일 퇴직자 75명의 퇴직 당시 직급은 64명이 전기통신 3급이었다. 재취업 직함은 상무(31명)와 이사(19명)가 가장 많았고, 16명은 퇴직 다음 날 재취업했다. 11개사의 코레일 감리 계약액은 311억원으로 30개사 전체(605억원)의 51%였다. 퇴직자를 10명 넘게 영입한 업체도 있었다.
공단 감사는 2017년 2월 퇴직한 뒤 2020년 4월 한 엔지니어링 업체의 부회장이 됐다. 2018년 4월 물러난 건설본부장은 2022년 1월 같은 회사 사장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취업신고를 했다. 이 회사는 2020년 이후 공단이 상위 30개 감리업체와 맺은 계약 533건(1조5370억원) 중 47건에 참여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