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하면 빨리 죽는다" 의사 말에 충격받은 60대…알고 보니

입력 2026-10-20 09:20
수정 2026-10-20 09:46


"계란 이렇게 드신다면 당장 멈추세요. 건강 다 망치게 됩니다."

"목욕하면 빨리 죽습니다. 60대 이상은 절대 하면 안 되는 목욕습관 5가지."

유튜브에는 이처럼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영상이 적지 않다. 흰 가운을 입은 인물이 등장하거나 의사가 직접 경험을 들려주는 것처럼 꾸민 영상도 눈에 띈다. 하지만 노인 건강 관련 인기 영상 100건을 들여다본 결과 24건은 의사 등 전문가를 사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발원이 지난 4월 유튜브에 게시된 '노인 건강' 관련 영상 가운데 조회수 상위 100건을 분석한 결과 42건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24건은 의사 등 전문가를 사칭한 영상이었다. 반면 실제 전문가가 출연한 영상은 6건에 그쳤다. AI 제작 영상이 실제 전문가 출연 영상보다 7배 많았다."진료해봤더니" 의사 행세…AI 표시도 빠졌다문제는 단순히 AI로 영상을 만들었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일부 영상은 가상의 전문가 이름을 계정명으로 내세운 뒤 마치 의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해 본 것처럼 건강정보를 전달했다.

일부 AI 영상에는 AI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라벨도 붙지 않았다.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인물이 전문가처럼 등장할 경우 이용자가 이를 실제 의료인의 설명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또는 간호사 명칭이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인공지능기본법도 AI를 활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음향이나 이미지, 영상 등을 제공할 경우 AI로 생성됐다는 사실을 이용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은 온라인에서 건강정보를 찾는 비중이 적지 않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건강정보 인식조사'에 따르면 60대의 45.4%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건강정보를 찾아봤다.

건강정보를 얻는 경로로는 인터넷 포털이 49.7%로 가장 많았고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도 14.4%를 차지했다. 건강정보를 자주 찾는 고령층일수록 과장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영상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모니터링만 하다 삭제 요청 '0건'…구글 뒤늦게 조치공공기관의 대응은 그동안 모니터링과 자율조치 권고에 머물렀다. 건강 위해정보를 모니터링하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생산자와 플랫폼에 자율조치를 권고할 수 있지만 실제 영상 삭제를 요청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글코리아가 직접 조치에 나선 것은 의원실의 문제 제기 이후였다. 구글 측은 51개 채널의 영상 100건을 검토한 뒤 유튜브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10개 채널을 폐쇄했다.

해당 채널에 올라온 영상 31건도 삭제했다. AI 라벨이 누락됐던 영상 13건에는 라벨을 새로 적용했고, 5개 채널의 영상 10건에는 수익화 중단 조치를 내렸다.

박 의원은 AI로 만든 의사 사칭 영상이 늘어나는 만큼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유튜브 등으로 건강정보를 접하는 어르신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AI 영상 등에 대한 대책도 시대에 맞춰 촘촘해져야 한다. 의사 사칭 영상 등이 무분별하게 유통될 경우, 잘못된 정보로 병을 키워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공공기관과 플랫폼, 의사 등 전문가가 함께 협의체를 꾸려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조치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