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장, 자동차 박물관, 고카트 경주장…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매물로 나온 한 복고풍 대저택에 딸린 옵션이다. 가격은 무려 1억1500만달러(약 1534억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대저택 단지가 4억달러(약 5336억원)에 풀리기도 했다. 주택 두 채와 수영장 세 개, 터키식 목욕탕에 엑스레이 검사 장비까지 겸비한 곳이었다.
이 같은 '초호화 주택 매물'은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NYT)가 부동산 플랫폼 레드핀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1~8월 미국에서 매물로 나온 1억달러(약 1334억원) 이상 주택은 17채로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9채에서 크게 늘어난 숫자다. 2019년 같은 기간 레드핀에 등록된 매물은 단 6채에 불과했다.
미국 최상위 부유층을 중심으로 '트로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들은 집 한 채를 산 뒤 주변 주택까지 차례로 매입해 거대한 주거단지를 만든다. 볼링장, 웰니스센터, 수영장, 갤러리 공간, 사무실에 더해 자녀 교육을 위한 교실까지 갖춘 '나만의 종합 리조트'를 갖추는 게 목적이다. 미국 맨해튼의 부동산 중개인 존 고메스는 "과거 부자들이 미술품을 수집해 벽에 걸었다면, 이제는 부동산 자체를 마치 미술품처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은 신흥 억만장자의 급증이 있다. AI가 촉발한 기술산업 호황에 대규모 감세와 주식시장 강세까지 맞물리면서 미국 초부유층의 자산이 빠르게 불어났다. 무한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더 넓은 부동산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초호화 주택 시장의 매수자들은 보통 현금으로 매수 제안을 한다. 프라이빗뱅크에서 별도의 대출을 받더라도 이때 적용되는 금리는 일반적인 주택 구매자들이 부담하는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 평범한 미국인들이 높은 집값과 7%를 웃도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탓에 첫 주택 마련조차 어려워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미국 초호화 주택시장이 지금보다도 더 높은 가격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의 부동산 중개인 대니 허츠버그는 "앞으로 3년 안에 미국에서 10억달러짜리 주택 거래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NYT에 전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