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9일 인공지능(AI) 해킹 사고에 대해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킹 사고와 관련해 CEO 책임 문제를 따져보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장은 이날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AI 해킹 사고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다. ◇5대 은행장 4년 만에 국감 출석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감에는 이환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이 일반 증인으로 출석했다. 5대 은행장이 모두 국감에 출석한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AI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경위와 사고 대응, 보안 투자 등에 관한 질의가 집중됐다. 5대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에서는 대출모집인 전용 조회 서비스를 겨냥한 공격으로 개인정보 2만5727건이 유출됐다. 국민은행은 119건, 하나은행은 89건의 정보가 빠져나갔다.
행장들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피해 발생 확인 시 충실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상혁 행장은 “(해킹 피해 사고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호성 행장은 “현재까지는 사례가 없지만 피해가 발생한다면 전체 배상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미진한 보안 투자와 관련한 지적이 쏟아졌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은 정보보호 예산으로 총 3198억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집행액은 2144억원에 그쳤다. 김 의원은 “정보보호 예산이 점차 줄어드는 데다 국민·농협 등 일부 은행은 집행률이 5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며 “정보보호 인력 확충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보안이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객 정보 5만여 건이 유출된 예가람저축은행 사건을 언급하며 “제가 해커라면 보안이 어려운 시중 대형 은행을 뚫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 책임 따질 것”금융당국은 보안 시스템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AI 기반 침투를 포함한 모의해킹 훈련 확대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감에 출석해 “철저한 원인 규명 등을 통해 보안상 허점을 신속하게 보완할 것”이라며 “AI 기반 방어 체계 구축 등 금융회사의 자체 보안 역량 강화를 적극 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해킹 사고에 대한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도 살펴보기로 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기준 관리 의무와 관련해 사이버보안 해킹 사건에서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문제가 다뤄지는 사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산금리를 내리라고 했더니 우대금리 할인을 줄이는 꼼수를 썼다”고 질타했다.
장현주/김수현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