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한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낙관적 경제 전망을 내놨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이 부총리는 “큰 변수가 없다면 올해 3%대 중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범위로 3.4~3.6%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발표된 정부 전망치가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3개월 사이 최소 0.4%포인트 더 높인 것이다.
이 부총리는 외형적인 성장을 넘어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 반등도 자신했다. “최근 성장세와 성장 구성을 보면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를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IMF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1.94%에서 올해 2.14%, 내년 2.20%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3저(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호황기’이던 1986~1987년 이후 40년 만이다.
출범 한 달을 지나는 ‘이형일 경제팀’으로서는 무엇보다 반가운 흐름일 것이다. 전례 없는 반도체 초호황 덕에 관련 분야 생산·투자·수출이 급증하면서 성장률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설비투자 증가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개선은 잠재성장률 반등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고령화로 노동 공급 확대가 힘든 구조적 제약 요인을 반도체 효과를 앞세워 뛰어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진 만큼 글로벌 수요 조정이 생기면 취약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게 IMF 진단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AI와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경제 전 분야로 퍼지지 않고 기업과 가계 모두에서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이런 경제 구조로는 지속 성장이 힘들다.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해 경제 체질을 바꾸는 구조 개혁이 절실한 이유다.
이재명 정부 1기 경제팀에서는 정책의 무게중심이 청와대에 있었다. 하지만 이형일 경제팀은 내각 중심의 정책 입안과 집행을 공언했다. 지금부터라도 거시경제 운용을 넘어 노동과 복지, 재정을 포함해 경제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각 분야 개혁에 더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