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생활비 상승과 열악한 교육 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부 지역에서 약탈과 방화로 번지면서 명품 매장과 백화점에도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설 경호 인력 확중이 이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 과정에서 복면을 쓴 무리가 상점과 공공건물을 공격했다. 프랑스 당국은 약 55만 명, 주최 측은 약 8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학생들의 교육 여건 개선 요구에 노동계와 '노란 조끼' 운동 참여자들이 합류하면서 생활비와 공공서비스 문제를 둘러싼 시위로 확대됐다.
파리에서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과 주요 명품 매장이 약탈 대상이 됐다. 복면을 쓴 무리가 매장 유리창을 깨고 진열 상품을 가져갔다. 마르세유에서는 에르메스와 보석·화장품·의류 매장이 공격받았고, 릴에서는 애플 매장이 파손·약탈되는 등 여러 도시의 유통시설로 피해가 번졌다.
매장을 보호하기 위해 브랜드가 자체 경비 인력을 배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머니컨트롤은 파리 디올 플래그십 앞에 사설 경비팀이 배치됐다는 사진과 주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했다고 전했다. 다만 경비팀 규모와 매장 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디올의 공식 입장도 확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루이비통과 에르메스가 사설 경비팀을 고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는 명품 매장에 그치지 않았다. AFP는 복면과 장갑을 착용한 무리가 감시카메라를 끄고 유리창을 부수는 등 조직적으로 상점을 노렸다고 보도했다. 슈퍼마켓과 약국, 의류 매장 등도 약탈 대상이 됐다.
문화유산과 공공시설에도 불이 났다. 프랑스 중부 리모주에서는 19세기에 건립된 시청이 방화로 크게 훼손됐다. 현지 당국은 복면을 쓴 무리가 건물에 침입한 뒤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리옹에서는 도심 관광안내소가 불탔다.
체포·부상자 집계도 늘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전국에서 약 240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약 1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앞서 나온 체포자 1800명 등의 초기 집계보다 증가한 수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TV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 밤 우리는 모두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평화적으로 시위한 시민들의 요구에는 정당성이 있다면서도 약탈과 파괴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약탈한 자들은 피해를 배상해야 하며, 공화국을 무너뜨리려 했던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력의 배후로는 극좌 급진 단체와 범죄자들을 지목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JD 밴스 부통령은 자신의 엑스(X) 계정에서 프랑스의 소요 사태를 이민 문제와 연결하는 주장을 폈다.
밴스 부통령은 "서구 자유주의자들은 다양성과 연민이라는 이름으로 제3세계를 프랑스와 다른 나라들로 들여왔다. 그들은 동화와 적응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무시했다. 그렇게 하면 결국 이런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그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나라이자 놀라운 사람들이 사는 프랑스가 더 많은 랜드마크가 불타오르기 전에 이 광기를 멈추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