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칼 들어와도 주식 안 산다"…3개월 전 황현희 경고 소름

입력 2026-10-19 11:07
수정 2026-10-19 11:14


국내 증시가 연일 폭락하는 가운데 개그맨 출신 투자자 황현희가 3개월 전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금 같은 구간에서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한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40% 가까이 떨어지면서, 빚을 내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의 손실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지난 16일보다 179.64포인트(3.17%) 내린 5488.41에 개장했다. 주말 사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가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지수는 장 초반 낙폭을 줄여 오전 9시10분 기준 5594.78(-1.29%)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개인은 약 38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600억원, 2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8거래일 만에 20% 넘게 추락…시총 2868조 증발

10월 증시는 말 그대로 '잔인한 달'이었다. 코스피는 6일부터 16일까지 8거래일 동안 1449.52포인트(20.70%) 하락했다. 지난 15일에는 하루에만 7.57% 폭락해 5554.22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에만 매수·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모두 6차례 발동됐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이날 5400~5500선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40% 안팎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연고점(6월 22일)보다 2868조원 넘게 줄었는데, 이 가운데 약 7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 사라졌다.

증권가는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과 수익성 우려를 꼽았다. 여기에 미국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추가 긴축 우려가 겹쳤다.

◆떨어질 때 샀는데 더 떨어졌다…반대매매 3000억 육박

타격은 개인 투자자에게 집중됐다. 개인은 하락장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주 개인 순매수액은 4조3124억원에 달했지만, 외국인 매도세를 막지 못하고 지수는 더 밀렸다.

빚을 내 투자한 이른바 '빚투' 개미의 피해는 더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6일부터 15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누적 298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스피가 급락한 14일과 15일에는 각각 893억원, 805억원으로 이틀 연속 800억원을 웃돌았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 주식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 것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13일 기준 34조2529억원으로, 8월 초보다 약 6조8000억원 늘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15일 기준 96조9121억원으로 6일보다 4.1% 줄었다.

◆"하루 7% 오르고 8% 떨어지는 장, 초보 시장 아냐"

이런 가운데 황현희의 과거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현희는 지난 7월 21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이홍렬TV'에 출연했다. 3년간 묶어둘 수 있는 여윳돈 1억원을 어떻게 쓰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주식시장에 들어갈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황현희는 당시 시장에 대해 "하루에 7% 올랐다가 다음 날 8% 떨어지는 장세는 초보 투자자를 위한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트레이딩에 능한 소위 '선수들의 무대'일 뿐, 생업이 있는 일반 개인 투자자가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도 현금을 확보한 채 관망 중이라며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금 같은 구간에서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연말쯤 미국 시장에서 ‘AI 거품이 꺼지나'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황현희는 스스로를 '사이클 투자자'라고 소개했다. 전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떨어지는 의미 있는 조정이 와야 진입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여윳돈 1억원을 2000만원씩 다섯 번으로 나누고, 전고점 대비 15% 하락했을 때 첫 매수를 한 뒤 5%씩 더 떨어질 때마다 추가 매수하는 방식이다. 투자 대상으로는 개별 종목보다 나스닥100이나 S&P500 같은 미국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를 권했다.

그러면서 "우선 서점부터 가라"며 충분히 공부한 뒤 투자할 것을 당부했다. 추천 도서로는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대하라'와 하워드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을 꼽았다.

◆개콘 퇴출 뒤 ‘2년 공부'…부동산·주식·코인 투자

KBS 19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황현희는 '개그콘서트'의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 코너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2014년 개그콘서트에서 하차한 뒤에는 연세대 경제대학원에서 기업경제를 공부하며 투자자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방송 하차 후 곧바로 투자하지 않고 2년 동안 책과 외신, 신문기사를 보며 공부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첫 투자는 2016년 부동산이었다. 이후 서울 용산 아파트 분양, 인천 송도 갭투자, 서울 신길동 투자 등에 나섰고, 주식과 가상자산으로도 투자 범위를 넓혔다. 저서 '비겁한 돈'을 내고 경제 강연과 유튜브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주식으로 손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다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100억원 자산가'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개그맨 시절보다 10배 이상 벌었다는 말이 부풀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금액보다 개그맨이 좌절을 딛고 경제를 공부해 다시 일어선 과정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