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후 14년이 흘렀지만, 해당 박람회장의 새로운 사후활용 청사진은 여전히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박람회장을 인수한 지 3년 5개월이 지났지만 사후활용계획 변경안을 단 한 차례도 제출하지 않았고 약 19억원 규모의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마저 1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14년 만에 열린 대규모 국제행사조차 기존 박람회장의 활용도를 높일 계기로 삼지 못한 데다, 사후활용계획 마련마저 지연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의 관리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수 3년 5개월째 계획 변경 '0건'…19억 용역도 중단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이 여수광양항만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2023년 5월 16일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2012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계획' 변경안을 해수부에 제출한 실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가 인수 이후 사후활용계획 수립·변경을 위해 작성한 문서를 제출해 달라는 국회 요구에도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답했다.
기존 사후활용계획은 최초 수립 이후 네 차례 변경됐지만, 정작 박람회장의 새로운 운영 주체가 된 항만공사는 3년 넘도록 변경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박람회장의 중장기 활용 방향을 결정할 계획 수립 작업마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항만공사는 2024년 6월 계약금액 18억9900만원을 들여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기존 시설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사업을 유치할 것인지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당초 2025년 12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했던 용역은 지난해 9월부터 중단됐다. 올해 10월까지 약 13개월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공공시설 확대와 사업 수익성 확보 방안을 놓고 이견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사는 마스터플랜 완료 목표를 올해 12월로 미룬 상태다. 사후활용계획 변경은 내년 상반기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마저도 예정대로 진행돼야 가능한 일정이라는 점에서 계획 수립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14년 만의 국제행사에도 기존 엑스포장 활용은 1%사후활용 부진은 올해 열린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에서도 드러났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이후 14년 만에 여수에서 대규모 국제행사가 개최됐지만, 기존 엑스포장은 주행사장에서 제외됐다. 대신 여수 진모지구에 수백억원을 투입해 별도의 행사장을 조성했다.
기존 엑스포장에서 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에 제공한 건물 면적은 1477㎡(약 447평)에 불과했다. 전체 박람회장 건물 연면적 14만8488㎡(약 4만4918평)의 약 1% 수준이다. 공사는 이 밖에 4만6674.7㎡(약 1만4119평) 규모의 임시주차장 부지를 제공하고 일부 부대행사도 지원했지만, 기존 건물을 주행사장으로 활용하지는 못했다. 다만 항만공사는 "다른 대관 시설들도 비상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선정은 항만공사의 엑스포장 인수 이전에 이뤄졌다. 다만 인수 이후인 2024년에도 기존 엑스포장의 주행사장 활용 가능성이 재검토됐으나, 국제관 임대 현황과 전시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시설은 노후화로 정상적인 사용조차 어려운 상태다. 연면적 7591㎡(약 2296평)의 주제관은 누수로 인한 건물 내구성 저하, 1499㎡(약 453평)의 홍보관은 시설 노후화로 인해 항만공사가 인수한 2023년 5월 이후 사용되지 않고 있다. 국제관 일부 공간도 누수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해수부 차관 주재 위원회도 3년 넘게 '개점휴업'사후활용계획을 심의하는 법정 위원회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해수부에 따르면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위원회'는 2023년 8월 29일 첫 회의를 개최한 이후 올해 10월까지 추가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해수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이 위원회는 관계 공무원과 지역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해 박람회장의 사후활용계획 수립·변경 등을 심의·의결하는 법정 기구다.
첫 회의에서는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용역 방향 등을 논의했지만 이후 3년 넘게 후속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해수부는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마스터플랜 용역이 끝난 뒤 두 번째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첫 회의 이후 위원들의 회의 소집 요구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항만공사는 지역사회 의견 수렴을 위한 협의회 등을 운영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사후활용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공식 절차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사회 이견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해수부와 항만공사가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활용 문제는 재정 부담과도 맞물려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박람회장 선투자금 3658억원을 10년에 걸쳐 상환하기로 하고 지난해 958억원을 상환했다. 올해부터 2034년까지는 매년 300억원씩 상환할 계획이다.
결국 박람회 개최 이후 14년이 지나도록 시설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반복되는 가운데, 새로운 운영 주체마저 3년 넘게 구체적인 사후활용계획 변경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공공성과 수익성을 둘러싼 이견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해수부와 항만공사가 단순히 용역 결과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 실질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용태 의원은 "해수부는 법정 사후활용위원회를 3년 넘게 사실상 방치했고,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지역의 이견을 풀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며 "두 기관 모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섬박람회 이후 지역의 시설 활용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며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맡은 엑스포장 문제부터 해결해 지역 항만공사의 존재 이유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