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BL) 개막 때만 해도 ‘우승은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아니면 뉴욕 양키스’란 전망이 우세했다. ‘돈의 힘’으로 1~9번 타자, 선발부터 마무리 투수까지 구멍 없는 선수단을 구축한 두 구단이 다른 팀을 압도할 것이란 관측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고 내셔널리그(NL)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밀워키와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 결정전 중인 탬파베이 레이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승자가 붙는다. 세 팀 모두 ‘중소형 구단’으로 평가받는다.
구단 경영혁신으로 자본 이긴 MLB 야구팀18일 스포츠 정보 업체 Spotrac에 따르면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세 팀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MLB 30개 구단 중 하위권이다. 순위가 가장 높은 밀워키가 19위(1억4620만달러)고 탬파베이 레이스(9561만달러)는 28위, 클리블랜드 가이던스(7445만달러)는 MLB 팀 중 가장 적다.
다저스, 양키스 등 자본이 풍부한 구단은 인재를 비싸게 영입할 수 있다. 돈이 부족한 구단은 다른 팀이 알아보지 못한 인재를 발견하고, 더 빠르게 성장시키고, 조직 안에서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올해 MLB를 뒤흔든 세 구단의 선전은 ‘경영의 힘’이었단 분석이 나온다.
공통점은 데이터 경영이 꼽힌다. 한정된 예산을 극복하고 선수 발굴과 육성, 영입 때 실수하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자체 육성, 블루칩 발굴의 힘세부 전략은 팀마다 달랐다. 클리블랜드는 자체 인적 자본 육성에 힘을 줬다. 현재 선수단을 구성하는 26명 중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수 년 간 육성 과정을 거친 선수가 16명에 달한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12팀 중 가장 많다. 육성은 체계적 시스템 아래 진행된다. 구단 조직도를 보면 선수개발팀엔 스포츠 과학·심리, 야구 연구개발(R&D), 데이터 시스템 등의 기능이 붙어 있다.
탬파베이는 월가의 가치투자처럼 리그에서 저평가된 블루칩 선수를 발굴하고 영입해 재미를 봤다. 선수단 중 산하 마이너리그 출신은 4명 뿐이다. 올 시즌 개막 전에만 16건의 트레이드를 성사했다. 끊임없이 자산을 매각·매입하면서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쓴 것이다.
밀워키는 조직 관리를 통한 효율성 향상에 힘썼다. 월가 투자사 크레센트캐피털 공동 창업자이자 구단주인 마크 아타나시오의 경영 철학에 기반한다. 그는 1000곳 이상 기업에 투자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구단 전체가 ‘우승’을 향해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비용 구단의 선전은 최근 연봉 상한제(샐러리캡)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샐러리캡 강화는 선수에 줄 수 있는 연봉을 더 제한해, 구단 간 돈을 앞세운 영입전쟁을 진정시키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돈을 덜 써도 좋은 성과를 내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연봉 규제를 안 해도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