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넘는데도…"골프치러 왔어요" 우르르 몰려든 이유가

입력 2026-10-18 09:04
수정 2026-10-18 09:21


일본 골프 회원권 가격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80% 올라 17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투기 자금이 몰렸던 거품경제 시기와 달리 직접 골프를 즐기려는 개인 수요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다만 전체 골프장의 4분의1이 적자인 상태이며, 문을 닫는 골프장도 급증하는 등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간토 골프회원권 거래업 협동조합이 집계한 주요 150개 골프장의 평균 회원권 가격은 305만엔(약 2577만원)대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소비세 표시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2019년 말보다 약 80% 높다.

나가노현 미요타마치에 있는 오아사마 골프클럽은 수수료 등을 포함한 회원권 가격이 약 1400만엔(약 1억1830만원)으로, 2019년 약 350만엔의 4배가 됐다. 도쿄 도심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인 데다 해발 약 1000m 고원에 자리해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겨울에는 지바현 등의 제휴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중간 가격대 회원권이 상승세 주도이번 상승세의 중심은 300만~500만엔대(약 2535만~4225만원) 회원권이다. 회원권 중개업체 사쿠라골프가 간토권 536개 골프장을 조사한 결과 중간 가격대 회원권은 2019년 말보다 76% 올랐다. 1000만엔 이상 고가 회원권 상승률인 38%의 두 배다.

고가 회원권은 부유층과 법인 수요가 많지만 중간 가격대는 실제 골프를 치려는 개인이 주로 구입한다는 설명이다. 사가와 마사루 사쿠라골프 사장은 “골프 애호가들이 순수하게 골프를 칠 목적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으로 얻은 차익이나 퇴직금을 회원권 구입에 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이타마현 한노 골프클럽의 나카가와 도루 총지배인은 “퇴직 후 교류의 장이나 건강 관리를 위해 입회를 생각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골프 인기가 되살아난 가운데 안정적으로 예약하려는 수요도 회원권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비회원에게 배정되는 예약 자리는 제한적이고, 회원과 동반하거나 소개받아야만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도 있다. 도쿄는 2.7배…지방은 폐장 잇따라회원권 가격 상승이 골프업계 전반의 호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쿠라골프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회원권 가격 변동률의 중앙값을 비교한 결과 도쿄는 2019년 말의 2.7배, 야마나시는 2.3배, 오키나와는 2.2배로 올랐다. 반면 눈이 많이 와 골프를 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야마가타와 아오모리는 약 40% 하락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골프장도 급증하고 있다. 도치기현 야이타 컨트리클럽은 2027년 말 폐장 계획을 회원들에게 통지했다. 지방 골프장 간 경쟁이 치열해 이용 요금을 높이기 어렵다는 이유다. 부지는 태양광발전 사업자에게 넘겨질 예정이다.

일본 골프장경영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일본 골프장은 2153개로, 정점이었던 2002회계연도보다 10% 이상 줄었다. 전체 골프장의 약 4분의 1은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권 시세가 올라도 골프장 수익이 직접 늘지는 않는다. 기존 회원권 거래는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이뤄지며, 골프장은 주로 이용 요금과 연회비로 수입을 얻는다.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상승은 경영 부담을 키우고 있다.

회원 고령화도 과제다. 간토 지역의 한 명문 골프장 관계자는 회원 평균 연령이 70세 전후라고 전했다. 최근의 인기를 지속하려면 젊은 층의 유입을 늘리고 지방 골프장의 수요 기반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