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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7거래일간의 지난한 하락세를 끊고 16일 반등했다. 하지만 그간 쌓인 20%가량의 낙폭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투자자들은 선뜻 저가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다 주가를 이끌 강력한 매수 주체가 없어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05% 오른 5668.05에 마감했다. 전날 7.57% 급락한 뒤 외국인과 기타법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약세 흐름은 저지했지만, 하락장이 시작되기 직전(7003.74·2일 종가)보다 여전히 19% 낮다.
기업 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밸류에이션은 이례적으로 낮아졌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3.39배, SK하이닉스는 2.92배다. 마이크론(5.2배), TSMC(18.15배) 등 글로벌 경쟁사를 크게 밑돈다. 코스피지수 전체의 선행 PER은 4.29배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선행 PER은 기업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대비 주가 비율로, 낮을수록 주가 부담이 작다는 뜻이다.
기록적인 저평가에도 저가 매수세는 크지 않았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4271억원, 8002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이 모처럼 돌아왔지만 순매수액은 3125억원에 그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현재의 높은 이익 전망치를 온전히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월가는 "코스피 역대급 저평가"…AI 실적 의구심 풀려야 반등
실적 좋아도 매수 주체 안 보여…증시 바닥 확인 장기화 가능성지난 2일 7003.74로 마감한 코스피지수는 15일 5554.22까지 내리 하락했다. 이 기간 낙폭은 20.7%. 7월의 폭락장 기간 어느 때와 비교해도 더 깊었다. JP모간은 “최근 코스피지수 하락 속도는 코로나19 당시의 극단적 하락에 가까웠다”며 “과매도 후 단기 반등이 나올 때가 됐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최저점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이익 사이클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며 “한국 주식의 위험 대비 기대수익이 여전히 유리하다”고 했다. ◇“실적 아니라 수급 문제”
급락한 한국 증시의 ‘극단적 저평가’ 매력에 주목하는 시각이 다시 월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동안에도 인공지능(AI) 투자와 메모리의 이익 전망은 더 좋아졌기 때문이다. 16일 골드만삭스는 코스피지수의 12개월 목표치 12,000을 고수했고, JP모간도 한국 메모리주에 대해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다만 최근 급락의 주범인 매수 공백과 AI 투자심리 악화가 풀리지 않으면 진정한 반등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뒤따랐다.
팀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총괄은 이날 “AI 하드웨어의 장기 사이클에 대한 확신과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은 변하지 않았다”며 코스피지수 목표 12,000을 유지했다. 이날 종가(5668.05)를 기준으로 향후 1년간 상승 여력이 112%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급락이 펀더멘털 붕괴가 아니라 ‘구조적인 매수세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와 외국인 매도, AI에 베팅한 글로벌 헤지펀드의 강제 청산이 맞물리면서 매물을 받아줄 수요에 일시적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도 연기금의 매수 여력 제한 등 수급 악화를 약세 요인으로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7월 말 기준 국내주식 비중(24.9%)이 연말 목표치(20.8%)를 크게 웃돌아 최근 급락 국면에서도 저가 매수에 나설 여력이 제한됐다.
극단적 매도 이후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낮아졌다. 골드만삭스가 추정한 코스피지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1배로 장기 평균보다 이례적으로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8배까지 내려왔다. 반면 향후 24개월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6%로 예상 이익과 자본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고 봤다. 이익 증가 전망도 유지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기업 이익 증가율을 올해 320%, 내년 35%, 2028년 20%로 전망했다.
JP모간도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을 내년 50%에서 70%로 상향하면서 메모리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찐반등’ 위협하는 리스크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증시 반등에 대한 자신감이 약해진 상태에서 실종된 매수세가 의미 있게 회복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JP모간은 “기술주 하락이 너무 빈번하고 낙폭이 커지면서 저가 매수 시도 자체가 약해졌다”고 했다.
낮은 PER을 바라보는 투자자 시선도 엇갈린다. 핵심은 메모리 사이클의 지속성이다. 미국 유명 기술주 투자자 댄 나일스는 향후 5일간 코스피지수 반등을 예상하면서도 중국 메모리의 위협을 경고했고,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수요 정점 신호가 나오면 한국 시장의 이익 전망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번 지수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7월 말 커피출레이션(capitulation) 이후 다시 바닥 테스트에 진입했다”며 “AI 투자 수익성의 소음 해소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커피출레이션은 투자자들이 반등에 대한 기대를 접고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선아/오현아/빈난새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