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롯데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주력 고객 연령대는 비슷할까. 올 들어 백화점의 색깔에 따라 연령대 차이가 분명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30대 ‘영리치’, 신세계백화점은 구매력이 높은 40~60대가 핵심 고객층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백화점은 30~50대 가족 고객이 고르게 매출을 떠받치고 있다. 최근 ‘현백코어’ 등 백화점별 고객의 옷차림과 소비 성향을 빗댄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는 2030, 신세계는 4060
1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준 현대백화점의 30대 매출 비중은 31.6%로 백화점 3사 중 가장 높았다. 20대 비중도 10.4%에 달했다. 신세계백화점은 40대가 전체 매출의 29.6%를 차지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30~50대 매출 비중이 각각 25% 안팎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백화점별 연령대 지형이 다른 것은 점포 입지와 상품 구성, 브랜드 전략이 서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등을 중심으로 팝업스토어와 식음료(F&B), 전시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한 현백코어라는 별명도 이런 전략의 결과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백화점을 여유롭게 거니는 ‘부잣집 딸’ 이미지를 뜻하는 말로, 현대백화점 핵심 고객층인 영리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신세계백화점은 구매력이 큰 중장년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60대 이상 고객의 매출 비중이 15.9%로 현대백화점(11.3%)과 롯데백화점(10%)보다 높았다. 서울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등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명품, 고급 패션을 강화한 결과다. SNS에서 퍼지고 있는 ‘신세계코어’도 유행을 빠르게 좇기보다 정통 명품과 고급 서비스를 즐기는 VVIP 이미지에 가깝다.
롯데백화점은 특정 연령대에 매출이 치우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전국적인 점포망과 폭넓은 상품 구성을 기반으로 가족 단위 고객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르게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약 10년 만에 블랙핑크 제니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것은 기존의 친숙하고 대중적인 이미지에 젊고 세련된 색깔을 덧입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OO코어’ 왜 나왔나특정 백화점 이름 뒤에 ‘코어’를 붙여 하나의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현상은 이런 백화점별 고객 차이를 보여준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옷차림을 뜻하는 ‘놈코어’에서 파생된 신조어는 특정 취향과 문화를 옷차림 및 생활 방식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백화점 이름과 결합하면 ‘어떤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인가’를 설명하는 일종의 브랜드 캐릭터가 된다.
과거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에루샤’ 입점 여부가 백화점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었다. 하지만 주요 명품 브랜드가 대형 점포에 중복 입점하면서 상품 구성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졌다. 그 대신 어떤 연령대와 취향의 고객이 모이고, 그들이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는지가 백화점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로 떠올랐다. 백화점업계가 MZ세대 등 특정 고객층 유치에 공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VIP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백화점은 최근 고액 구매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여행 상품과 전용 서비스를 잇달아 확대하고 있다. 젊은 고객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일찌감치 20~30대를 끌어들여 구매액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VIP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별로 고객 연령과 소비 성향이 뚜렷해지는 것은 각사가 서로 다른 브랜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