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20만원, 누구는 140만원"…직장인 줄 세운 '계급표'

입력 2026-10-16 17:29
수정 2026-10-17 01:12

업무 성과에 따라 인공지능(AI)을 이용할 수 있는 토큰 한도를 기업이 조절하는 시대가 왔다. 미국의 AI에이전트 스타트업 코그니션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캘빈 지루 부사장은 15일(현지시간) “AI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얼마나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따라 토큰 사용 한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직원들이 AI를 무제한으로 쓰도록 장려하던 테크 기업이 사용량을 제한하더니, 이제는 성과에 따라 토큰(AI 연산 기본 단위)을 차등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토큰 한도가 개발자의 새로운 ‘계급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코그니션이 공개한 시스템은 엔지니어의 코딩 작업 시간과 토큰 비용을 분석해 효율성을 산출한다. 효율성이 높으면 더 많은 토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앤트로픽은 기업 고객에 저사용·일반·고사용 직군별로 AI 이용 한도를 구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미 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중국 텐센트는 지난 6월부터 업무와 생산성에 따라 직원별 AI 이용 한도를 1000~7000위안(약 20만~140만원)으로 차등 책정하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은 토큰 한도가 줄어들기도 했다. 할당량이 부족하면 상사에게 추가 배정을 요청해야 한다.

토큰 한도는 개발자가 직장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이 연봉뿐 아니라 직책에 주어지는 토큰 양을 묻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급여·보너스·스톡옵션에 이어 토큰이 ‘네 번째 보상’이 된 셈이다.

토큰 계급이 나뉘는 데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오픈AI 제품 총괄 티보 소티오가 지난 6월 자사 AI 코딩도구 ‘코덱스’를 잘 활용해 선보이는 사용자에게 한달 간 사용 한도를 10배 늘려주겠다고 하자, 스탠더드노츠 창업자 모 비타르는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토큰 귀족 앞에 접시를 들고 줄을 서야 한다”고 비꼬았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