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삼의 절세GPT>에서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세금 관련 이슈를 세법에 근거해 설명합니다. 36회는 송주영 유안타증권 세무전문위원과 함께 가족 간 금전 지원에서의 절세 방법을 알아봅니다.>
# 대기업 과장 김모(38)씨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경기도 안양시에 신혼집을 구하고 있다. 그동안 두 사람이 모은 3억원에 은행 대출 6억원을 합쳐도 신혼집 마련에 5억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김씨의 부모님이 부족한 자금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으나 증여세로만 약 6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고민이다. 김씨는 증여세를 줄일 방법이 없을지 세무사를 찾았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부모의 금전 지원을 받는 2030세대는 각종 공제 혜택과 무상 대여 활용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부모로부터 자금을 받는 방식에 따라 향후 세금과 상환 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17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돈을 주면 원칙적으로 증여에 해당해 자녀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성인 자녀는 부모를 비롯한 직계존속과의 돈 거래에서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공제받는다.
결혼·출산 공제를 활용하면 가족 간 거래에서의 절세 효과가 더 크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으면 자녀 공제와 별도로 최대 1억원의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결혼 공제를 위해 부모에게 돈을 먼저 받았다면 증여일로부터 2년 내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 공제의 통합 한도는 1억원이다.
부부 공동명의로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증여받는 사람을 나누는 방법을 검토해볼 만하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별로 계산하는 만큼 부부 중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것보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들에게 5억원을 증여한다면 자녀 및 결혼 공제로 총 1억5000만원이 적용된다. 과세표준은 3억5000만원으로 현행 증여세 기준 세율 20%에 누진 공제 1000만원을 반영한 산출세액은 6000만원이다. 기한 내 신고에 따른 3% 공제(신고세액공제)를 반영하면 최종 납부 세금은 5820만원이다. 그런데 부모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각각 3억9000만원과 1억1000만원을 증여할 경우 이들 부부의 증여세 합계는 총 4656만원으로 아들 한 명에게 증여할 때보다 1164만원 줄어든다.
물론 며느리는 시부모로부터 받는 증여에 결혼 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다만 혼인신고를 마쳐 인척 관계가 성립했고 기존 공제 사용액이 없다면 기타친족 증여재산공제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송주영 유안타증권 세무전문위원은 "다만 며느리에게 준 돈은 실제로 며느리에게 귀속돼야 한다"며 "공동명의란 이유만으로 지분을 절반씩 정하기보다 각자의 자기자금과 증여받은 돈, 부담할 채무를 반영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이 자금을 더 부담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이상의 지분을 넘기면 부부 사이의 추가 증여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에게 금전 지원을 받을 때 상환 능력이 있다면 일부를 증여받고 나머지를 빌리는 방법도 있다. 현행법상 부모에게 약 2억17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릴 수 있다. 현행 적정 이자율인 연 4.6%로 계산한 이익이 연간 1000만원 미만이면 해당 이익에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이자에 대한 과세를 제외해도 빌린 돈 자체가 무조건 차용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실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다면 원금이 증여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세무전문위원은 "차용증 작성만으로 부모·자녀 간 대여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입자의 소득과 재산, 기존 대출 부담, 상환 약정과 실제 상환 내역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무서에서는 일정 주기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고 있는지, 상환 자금의 출처가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부모의 금전 지원에서 혼수용품 구매 비용이 포함돼 있다면 이를 구분해볼 필요도 있다. 사회통념상 필요한 혼수용품은 증여세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송 세무전문위원은 "부모가 해당 물품을 직접 구입하고 구매 내역을 남겨두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다만 주택 구입 자금이나 인테리어 비용 전체를 혼수라는 이유로 비과세 처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금조달계획서는 실제 거래에 맞게 작성해야 한다. 부모에게 증여받는 주택 취득 자금은 '증여·상속', 실제 빌리는 돈은 '그 밖의 차입금' 등 해당 항목에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 또 증여계약서와 차용증, 계좌이체 내역 등 근거 자료를 갖춰야 한다. 계획서에 차입금이라고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상 차용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송 세무전문위원은 "대출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면 소득뿐 아니라 보유자금과 가족의 지원 여력이 주택 구입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며 "그럴수록 부모의 도움을 받기 전 증여와 차용의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