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원대 예산이 투입된 여수세계섬박람회를 둘러싸고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10억원도 채 들이지 않은 경북 김천의 김밥축제가 이색적인 홍보와 알찬 행사 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수 자두와 치즈, 바비킴 등을 김밥에 빗댄 재치 있는 공연 홍보물부터 독특한 김밥 굿즈까지 선보이며 개막 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는 모습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여수와 달리, 김천은 적은 예산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두 지역 축제의 대비되는 행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 700억 박람회, 콘텐츠 논란 넘어 감사 청구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여수세계섬박람회에 대한 국민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연명 서명에는 6732명이 참여했다. 사업비 증가와 예산 편성·집행의 적정성, 주행사장 선정, 시설과 전시·체험·공연 콘텐츠 등이 검증 요구 대상이다. 계약 이행과 검수, 행사 종료 후 시설 철거·활용 문제도 포함됐다.
직접 사업비 713억원 규모인 여수세계섬박람회는 개막 이후 콘텐츠 완성도를 둘러싼 비판을 받았다. 트럭을 배처럼 꾸민 '거문도 뱃노래' 공연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했고, 먹거리의 가격 대비 구성도 논란이 됐다. 투입한 예산이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제대로 쓰였느냐는 의문이 감사 청구로 이어진 것이다. 다만 청구된 의혹의 사실관계는 향후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주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여수 박람회의 예산 집행은 국민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지난달 5일 개막한 섬박람회는 최근 누적 관람객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무료입장객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 김밥 먹고 굿즈 사고…소비자 취향 파고든 김천반면 오는 23~25일 열리는 김천김밥축제는 먹거리와 굿즈를 앞세워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천시가 올해 본예산안에 편성한 축제 예산은 8억7000만원이다. 국제박람회와 지역 먹거리 축제는 개최 기간과 시설 규모가 달라 총액만으로 효율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적은 예산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기획력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천김밥축제의 출발점은 소비자 인식이었다. '김천'이라는 지명을 들으면 '김밥천국'이 떠오른다는 젊은 세대의 반응을 축제 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지역이 알리고 싶은 상징을 내세우는 데서 벗어나 사람들이 이미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소재를 축제의 중심에 놓았다.
올해는 로컬김밥 19종, 이색김밥 14종, 전국팔도김밥 20여 종, 김밥쿡킹대회 수상작 4종 등 60여 종의 김밥을 선보인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개발한 김밥빵과 삼각김밥빵 등 디저트도 마련했다. 김밥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먹는 재미와 보는 재미로 확장하고, 지역 상인들이 연계 상품을 판매할 기회도 만든 것이다.
캐릭터 '꼬달이'를 활용한 굿즈는 이미 인기를 확인한 콘텐츠다. 김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굿즈 판매점에서는 개장 3시간 만에 인기 품목이 모두 팔렸다. 올해는 전문기업과 개발한 신규 상품 16종, 기념품 공모전 수상작 6종, 기존 인기 상품 7종 등 29종을 선보인다. 무빙 마그넷과 클리커 키링, 키캡 키링 등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8일 잠실점에서 '김천김밥축제: 꼬달이 서울출장'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김밥과 베이커리, 굿즈와 축제 여행상품 등을 소개하며 지역 밖 소비자에게도 축제를 알렸다.
방문객 불편을 줄이기 위한 운영 개선도 추진한다. 주문 대기 시간을 줄이도록 QR코드 주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현장 셔틀버스를 60여 대로 확대한다. 여성 전용 화장실 5동을 추가하고 물품보관 서비스도 마련한다.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실제 방문 만족도로 연결하려는 조치다.
이번 축제 공연도 김밥이라는 주제에 맞춰 '김밥'을 부른 자두와 김밥 재료를 연상시키는 이름의 치즈, '밥이 김'이라는 말장난으로 연결되는 바비킴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수백억 혈세 들인 여수와 비교된다" 등 반응이 나왔다.
◇예산 늘리기 전에…낭비 막을 성과 검증부터공공재정이 투입되는 지역 행사는 예산 확대에 앞서 부진의 원인과 지출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야놀자리서치는 'NOL 한국 축제 지수: 데이터로 측정하는 한국 축제의 매력' 보고서에서 방문객 수와 예산집행액, 경제효과 위주의 평가에 관광객의 실제 반응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사 규모를 키우거나 홍보비를 더 쓰는 방식이 방문객의 불만을 해소하는 적절한 처방인지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인지도가 높은데도 매력도가 낮다면 추가 광고보다 프로그램·현장운영·콘텐츠의 질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성과 부진'이라도 처방이 정반대이므로, 두 지표를 분리해 보는 것 자체가 예산 낭비를 막는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