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0일 09: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CVC캐피탈파트너스(이하 CVC)가 연이어 'K-뷰티' 밸류체인에 투자하고 있다. 특정 산업·섹터에 특화한 전략이라기보다는 CVC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통적인 협업 방식에 가깝다는 평가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VC는 지난 8월 화장품 유통기업 실리콘투에 3000억원 규모 소수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CVC의 투자목적법인 '스타링크LP'가 실리콘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주식(RCS)을 인수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CVC는 실리콘투 지분 9.23%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섰다. CVC의 이원배·조은철 대표는 이달 초 실리콘투 임시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앞서 CVC는 2024년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생산하는 파마리서치에 약 2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를 진행하며 2대주주에 올랐다. 작년 초엔 컬러렌즈 브랜드 '오렌즈'를 보유한 스타비젼 2대주주 지위도 확보했다. CVC가 파마리서치와 스타비젼에 이은 투자처로 실리콘투를 점찍으면서 연달아 K-뷰티 섹터에서 익스포저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CVC는 이러한 시선에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이들의 핵심 투자 키워드는 '파트너십'이다. 창업자와 경영진, 사업 역량이 탄탄한 기업을 선별하고, 해당 기업의 파트너로서 네트워크와 경험을 지원해줘 실질적인 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이다.
K-뷰티 유통기업 실리콘투는 현지 법인과 재고, 통관, 물류 역량을 함께 갖추고 있다. CVC는 향후 실리콘투에 글로벌 리테일·유통·소비재 투자 경험을 더해 다음 단계 성장을 도울 방침이다. CVC는 이미 유럽 최대 화장품 리테일러 더글라스를 포트폴리오 기업으로 두고 있다. 덴마크의 헬스·뷰티 체인 마타스에 투자한 경험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모든 글로벌 PE들이 해외 네트워크와 기보유 포트폴리오 기업과의 시너지를 내세우지만 CVC는 매도인 앞에서 딜을 따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이를 고민하고 실행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CVC의 또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8월 프랑스 라보라투아 비바시와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여기엔 CVC의 전략적 파트너십 지원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스타비젼의 경우 CVC가 운영 역량 강화를 돕고 동남아와 인도 등 성장성 높은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 연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는 국내 여행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K-뷰티가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구조적인 확장기에 접어든 만큼, CVC가 잇따라 K-뷰티 포트폴리오 투자 경험을 쌓는 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KKR, 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PEF들도 너나할것없이 K-뷰티 밸류체인을 포트폴리오로 추가하고 있다. CVC는 화장품 외의 섹터를 검토하기도 했다. 대웅그룹계열의 바이오 재생의료 전문 기업 시지바이오 인수전 초기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로 이름을 올린 후보 중 하나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향후에도 해외 진출로 밸류를 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산업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할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