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인류 최강의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란커배 결승에서 완승을 거두며 자신의 10번째 세계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신진서는 15일 중국 저장성 취저우시 란커산 세계바둑공원에서 열린 제4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변상일 9단에게 21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지난 13일 1국 승리에 이어 종합 전적 2-0을 기록하면서 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란커배 창설 이후 4회 연속 결승에 오른 신진서는 1·3회 대회에서 준우승, 2·4회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 이후 바둑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신진서는 수비와 전투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인공지능에 가장 가까운 바둑을 두는 기사로 평가받는다. 다만 지난해 9월 쏘팔코사놀 세계최고기사결정전 이후 세계대회 우승이 끊기며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지난 7월 신진서는 바둑 역사에 남을 압도적인 승부를 남겼다. 같은 달 21일 막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棋神戰)’에서 최고 성능으로 무장한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와 두 점 접바둑 대결을 펼쳐 2승 1패를 거뒀다. 이전까지는 초일류 기사들에게도 AI와의 두 점 접바둑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진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AI를 상대로 2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는 하반기 줄줄이 이어지는 세계대회 레이스의 첫번째 무대였다. 중국에서 열린 대회였지만 8강에서 한국 선수들이 모두 중국 선수들을 꺾고 4강에 진출하면서 일찌감치 한국 선수들 간의 ‘형제 대결’이 확정됐다. 4강전에서 각각 이지현 9단과 신민준 9단을 꺾고 결승에서 만난 신진서와 변상일의 1국은 192수 끝에 신진서의 백 불계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2국에서 신진서는 중반으로 접어들며 좌하귀 전투에서 조금씩 앞선 뒤 하변 백돌을 포획해 확실한 우세를 잡았다. 반면 변상일은 좌변에서 흑돌을 잡으며 큰 집을 만들었다. 하지만 신진서는 후반 들어 치밀한 수읽기로 잡혔던 돌을 살려내 승부를 결정지었다.
중국이 주최하는 란커배 우승 상금은 180만위안(약 3억8800만원), 준우승 상금은 60만위안(약 1억2900만원)이다. 덤은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해 7집반이며,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 사용 후 초읽기 1분 5회씩이다.
신진서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세계대회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창호 9단(17회), 이세돌 9단(14회)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세계대회 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신진서는 이 대회 전까지 조훈현 9단과 나란히 9회 우승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이번 우승으로 그를 넘어섰다.
신진서는 우승이 확정된 뒤 “최근 우승이 없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오늘 우승으로 오랜 짐을 덜어낸 느낌”이라며 “남은 세계대회에서도 우승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