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도 일 안 시켰는데 1년치 연봉 줘야할 판"…무슨 일이?

입력 2026-10-15 19:00
수정 2026-10-15 20:26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근무 태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직원을 해고했다. 그러나 해당 직원이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치는 데만 9개월 넘게 걸렸다. 결국 부당해고로 판정 나면서 A씨는 해고 기간의 임금 상당액을 전부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받았다. A씨는 “단 1분도 일을 시키지 못했는데 1년 치 연봉을 고스란히 줘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 부당해고 처리 5년 만에 두 배로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절차가 지연되면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고통을 겪고 있다. 15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중노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중노위의 부당해고 등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161일로 집계됐다. 2021년 88일, 2022년 83일, 2023년 82일로 80일대를 유지하던 처리 기간은 2024년 92일, 2025년 115일로 늘어나더니 올해 들어 161일로 길어졌다.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절차는 근로자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신속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행정적 구제 제도다. ‘준사법기관’인 노동위원회가 담당한다. 지노위가 초심을 맡고 당사자가 결정에 불복하면 중노위가 재심하는 2심제로 운영된다. 최종 판정 이후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된다.

노동위원회 규칙상 부당해고 사건은 지노위와 중노위 각각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국에 17개가 있는 지노위는 대체로 이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중노위 처리 기간이 평균 100일 이상 지연되며 3~4개월이면 종료돼야 할 절차가 7~8개월까지 늘어지고 있다.

이유는 업무량 폭증이다. 부당해고 사건 접수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만4008건에서 지난해 2만3925건으로 약 71% 늘었다. 올해도 8월까지 2만1378건이 접수돼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처럼 분쟁은 급증했지만 사건을 담당하는 노동위원회의 처리 역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데다 경기 악화로 부당해고 관련 사건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근로자는 생계, 사업주는 비용 부담처리 지연은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에게 부담이다. 해고당한 근로자는 판정이 나올 때까지 복직이나 보상 여부 등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한 노무사는 “‘원직복직’을 원하던 근로자들이 늘어진 판정 절차를 기다리다 못해 원직복직 신청을 철회하고 다른 회사에 취업한 뒤 ‘금전보상명령’ 신청으로 전환해 임금만 받아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사업주는 부당 해고로 판명 나면 법 위반 정도와 관계없이 해고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무했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전부 지급해야 한다. 사건 판정이 지연되는 만큼 고스란히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영세사업주는 한 달만 지연돼도 큰 타격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동위원회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노동위원회 대신 노동법원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노위·중노위 절차에 법원 3심까지 거치면 노동 사건은 ‘5심제’에 해당돼 권리 구제가 늦어진다고 비판한다. 김 의원은 “노동위원회의 저렴하고 신속한 구제 절차는 서민들에게 꼭 필요하다”며 “제도의 신뢰성과 존립 기반이 흔들리기 전에 인력 확충과 절차 간소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