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싱범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대출을 받았더라도 금융회사가 절차에 따라 본인 확인 노력을 충실히 기울였다면 대출을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조미옥)는 A씨가 B금융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지인의 아버지 부고 문자메시지를 받고 링크를 클릭했다가 스미싱을 당하면서 이번 분쟁이 불거졌다. 스미싱범은 A씨 휴대폰에 있던 운전면허증 이미지를 바탕으로 A씨 명의의 새 휴대폰을 개통했다. 이후 B사 앱을 설치해 비대면으로 30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이 돈을 다른 계좌로 빼냈다.
A씨는 B사가 본인 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대출 계약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스미싱범이 A씨 신분증 이미지를 재차 촬영한 ‘2차 사본’을 제출한 데다 대출계약서에 기재된 전화번호(스미싱범이 개통한 휴대폰)가 A씨가 평소에 사용하던 번호와 달랐는데도 대출이 실행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B사는 대출이 적법하게 이뤄져 유효하다고 맞섰다.
법원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B사는 대출 과정에서 운전면허증 진위 확인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쳤기 때문이다. B사가 이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증 실패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휴대폰 번호가 다르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해당 계약서가 원고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거나,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를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