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거물의 취미가 와이너리로…소노마 와인 ‘쓰리 스틱스’의 비밀 [정소람의 와인 스캐너]

입력 2026-10-15 17:36
<h1 data-pm-slice="1 1 []"> </h1>미국 캘리포니아 와인 하면 대부분 나파밸리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나파밸리와 가까운 소노마 카운티에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와이너리들이 많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안개, 복잡한 토양과 지형이 만들어내는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과 비교될 만큼 소노마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의 유명 포도밭을 사들여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를 만든 인물이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TPG의 공동창업자 빌 프라이스 3세(Bill Price III)다. 와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으로 시작한 포도밭 투자가 오늘날 소노마의 와이너리 ‘쓰리 스틱스(Three Sticks Wines)’로 발전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레드통에서 와인 수입사 씨에스알와인 주최로 열린 쓰리 스틱스 간담회에서 크리스토퍼 맷슨(Christopher Mattson) 와인 수출 매니저는 "좋은 와인을 만드는 출발점은 양조장보다 포도밭에 가깝고, 그 땅의 가능성을 와인으로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프라이스는 1996년 소노마의 듀렐 빈야드를 인수했다. 당시 이미 우수한 포도 산지로 명성이 높았던 곳이다. 처음에는 포도밭을 소유하고 유명 와이너리에 포도를 공급하는 데 관심을 뒀지만, 점차 직접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커졌다. 2002년 듀렐에서 재배한 포도로 첫 피노 누아를 생산하며 쓰리 스틱스가 탄생했다. 브랜드 이름은 창업자의 별명에서 따왔다. 이름 뒤에 붙는 로마숫자 ‘III’를 보고 학창 시절 친구들이 ‘빌리 쓰리 스틱스’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

이후 프라이스는 갭스 크라운과 왈랄라 등 소노마의 주요 포도밭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쓰리 스틱스는 듀렐, 갭스 크라운, 왈랄라, 알라나, 원 스카이, 윌리엄 제임스 등 여섯 곳의 자체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모든 와인을 자체 소유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생산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외부에서 포도를 구매해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재배와 수확, 양조까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쓰리 스틱스가 현재 집중하는 품종은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다. 두 품종은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지만, 소노마에서도 뛰어난 품질의 와인이 생산된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생산자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특정 포도밭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 왔다. 반면 상대적으로 와인 산업의 역사가 짧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떤 포도나무를 선택하고, 어떻게 재배할지에 대한 양조가와 재배자의 판단이 더욱 중요했다는 설명이다.맷슨 매니저는 “사람들이 토양과 기후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지만 사람의 역할은 종종 빠뜨린다”며 “언제 어디에 무엇을 심고 어떻게 양조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했다.

쓰리 스틱스 역시 유명 양조가를 영입해 품질을 높여 왔다. 2015년에는 밥 카브랄과 라이언 프리처드가 양조팀에 합류했다. 현재는 2023년 양조 총괄로 승진한 프리처드가 팀을 이끌고 있다. 같은 품종도 포도밭에 따라 서로 다른 개성을 보인다. 대표적인 곳이 듀렐과 갭스 크라운이다. 듀렐은 소노마 남부에 위치해 소노마 밸리와 소노마 코스트, 카네로스 등 세 개의 미국 포도재배지역(AVA)에 걸쳐 있다. 화산성 토양과 다양한 지형이 특징이다. 갭스 크라운은 소노마산 서쪽 경사면에 자리해 태평양에서 유입되는 바람과 안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두 포도밭에서 생산한 2024년산 샤르도네를 비교해 선보였다. 맷슨 매니저에 따르면 갭스 크라운 샤르도네는 레몬 등 시트러스 계열의 향과 선명한 산도가 특징이다. 듀렐 샤르도네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풍미와 숙성 잠재력이 강점이다. 그는 "듀렐 샤르도네를 장기간 숙성하면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풍미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갭스 크라운 샤르도네에 회나 가벼운 생선 요리를, 듀렐 샤르도네에는 로스트 치킨과 크림소스, 버섯 요리 등을 추천했다.

와인에 포도밭의 개성을 담기 위해 양조 과정에서 과도한 개입도 줄이고 있다. 특히 쓰리 스틱스는 일부 샤르도네의 새 프랑스산 오크통 사용 비율을 점차 낮춰 왔다. 그는 "오크통은 와인에 향과 질감을 더하고 산도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사용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포도 자체의 풍미를 가릴 수 있다"며 "포도와 토양의 품질에 자신이 있다면 양조 과정에서 지나치게 손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2종의 피노 누아도 각각의 개성이 두드러졌다. '갭스 크라운 빈야드 피노 누아 2024'는 특정 포도밭의 특성을 강조한 반면, '프라이스 패밀리 에스테이츠 피노 누아 2023'은 6곳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를 블렌딩했다. 맷슨 매니저는 "피노 누아는 서로 다른 와인을 섞는다고 반드시 품질이 좋아지는 품종은 아니다"라며 "블렌딩에도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프라이스 패밀리 에스테이츠 피노 누아는 초밥이나 기름기가 있는 생선과도 잘 어울린다는 설명이다.


세계 와인 시장이 소비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양조 방식과 소비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보관할 고가 와인을 구매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젊을 때 마셔도 부담스럽지 않고 음식과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쓰리스틱스의 와인 생산자들도 소비자가 와인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양조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맷슨 매니저는 "포도밭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젊은 와인의 타닌을 지나치게 거칠지 않게 다루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