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김장을 하는 대신 포장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소용량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해외 진출도 이어지는 가운데, 김치 종주국으로서 김장 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유통업체의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다. 이마트의 올해 1~9월 1㎏ 이하 소용량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롯데마트 포장김치 매출 역시 같은 기간 약 5% 늘었다. 컬리의 7~9월 포장김치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35% 급증하며 판매 상품 수도 28% 늘었다.
특히 소용량 제품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컬리에서 100g~1㎏대 포장김치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이는 중간용량인 2~4㎏대 제품(26%)과 대용량인 5~10㎏대 제품(18%)의 증가율을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흐름은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김치를 대량으로 담가 보관하기보다 필요한 양만 구매하려는 수요가 소용량 제품의 성장으로 이어진 셈이다.
김장 재료비 부담도 포장김치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추 가격은 내려간 반면 젓갈과 마늘, 고춧가루 등 부재료 가격은 오르는 추세다. 올해 배추 한 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5929원으로 전년보다 8.5% 하락했다. 반면 새우젓 1㎏의 소매가는 지난 8일 기준 1만8973원으로 전년보다 24.3% 올랐다. 국산 깐마늘은 1㎏에 1만697원, 국산 고춧가루는 3만3756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3%, 1.0% 상승했다.
김장 가정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율은 62.3%로 전년보다 2.2%p 하락했다. 반면 상품김치를 구매한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며 3.0%p 늘어난 32.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김치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이 김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김치 사업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5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 7월 일본 도쿄에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캐나다와 미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이달 자체 브랜드를 통해 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포장김치 소비가 늘면서 전통적인 김장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는 “‘규모의 축소’와 더불어 김치를 직접 담그는 전통이 위협받고 있다”며 “김장 문화는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켜 나가야 할 유산이자 자랑”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장 문화는 사회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지만, ‘여럿이 정성껏 만들어 나눠먹는다’는 가치는 계승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