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그룹 창업주 성곡 김성곤의 맏딸 김인숙 국민대 명예교수가 회고록 <나 여기 있어>를 펴냈다. 여든여덟의 나이에 손주들의 권유로 집필을 시작한 책에는 해방과 전쟁, 산업화 시기를 거쳐온 개인의 경험이 담겼다.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전후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 오클라호마대와 뉴욕대에서 공부했다. 여성이 해외 유학을 떠나는 일이 드물었던 시절이다. 귀국 후에는 연세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책은 재벌가의 가족사와 함께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다룬다. 전후 일본의 풍경과 1960년대 미국의 사회문화, 한국의 산업화 과정이 저자의 개인적 기억을 통해 서술된다.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는 당시의 의식주와 가족 간 대화, 학교생활,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과정 등 일상적인 경험에 무게를 뒀다.
기업가 집안의 장녀이자 해외 유학생, 대학교수로 살아온 저자의 생애를 통해 한국 상류층 여성의 교육과 사회 진출, 가족관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