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M&A 부진에 美 PEF 자금모집 6년 만에 최악

입력 2026-10-15 10:48
이 기사는 10월 15일 10: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금리와 투자기업 매각 부진으로 미국 사모펀드(PEF) 업계의 자금 모집이 6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올해 1~9월 사모펀드 업계의 신규 자금 모집액이 2220억달러로 지난해 연간 모집액(3300억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고 보도했다. 피치북은 올해 모집액이 300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피치북은 자금이 소수 대형 운용사에 계속 쏠리면서 더 많은 운용사가 줄어든 몫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578개 펀드가 4142억달러를 모아 2020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2024년에는 906개 펀드가 5352억달러를 모았다.

WSJ는 운용자산이 약 150억달러 미만이고 사업 다각화가 부족한 운용사들은 금리 상승과 회수 부진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 블랙스톤·아폴로·KKR 등 글로벌 대형 PEF는 사모신용, 인프라, 부동산 등 여러 사업 부문을 통해 개별 바이아웃 펀드의 회수 부진을 방어하고 있다.

실제 미국 뉴욕주 뉴로셸에 소재한 운용자산 20억 달러인 중소형 운용사 뉴 스테이트 캐피털 파트너스는 지난 1년간 직원 약 3분의 1이 회사를 떠났다. 2018년 투자를 시작한 2호 펀드의 투자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임직원이 기대했던 성과보수를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창업 파트너 3명 가운데 2명도 회사를 떠났다. 사모펀드 임직원에게 성과보수는 기본급과 보너스를 넘어서는 핵심 보상 수단이다. 펀드가 투자기업을 매각해 수익을 실현하면 운용사는 약정된 조건에 따라 성과보수를 배분한다. 회수 지연이 길어지면 임직원의 보상 기대가 낮아지고 인력 이탈이 이어져 운용사의 투자 역량과 신규 자금 모집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아테리언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도 최근 신규 펀드 조성을 중단하기로 했다. 운용자산이 약 20억달러인 이 회사는 2021년 약 8억3000만달러 규모의 4호 펀드를 조성했지만, 5호 대표 펀드는 만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규 투자보다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의 실적과 운영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운용사들의 인력 운용과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초저금리 환경에서 기업을 높은 가격에 인수한 펀드들이 많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9월 16일 3년 2개월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면 인수자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PEF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기업을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기 어려워진다. 또 펀드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금 회수와 후속 펀드 조성에도 차질이 생긴다. 미국 지난 9월 미국 헌팅턴은행의 크리스 우드 상무는 "중견 운용사들이 심판의 시기에 꽤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지난 2월 전 세계 바이아웃 미매각 기업이 3만2000개로 평가액이 3조8000억달러라고 추산했다. 지난 6월엔 미매각 기업이 3만3000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역시 글로벌 바이아웃 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 평균 보유 기간이 2020년 이전 6.1년에서 지난해 6.6년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