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값 치솟는다"...남몰래 함박웃음 짓는 호텔의 ‘진짜 주인’들

입력 2026-10-21 18:54
수정 2026-10-21 20:02
[커버스토리 : 호텔, 서울을 점령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석촌호수 인근에 자리 잡은 5성급 럭셔리 호텔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2021년 문을 연 이 호텔은 프랑스 호텔 기업인 아코르그룹의 하이엔드 브랜드 ‘소피텔’이라는 이름값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과 호캉스족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화려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이 호텔의 베일에는 재미있는 반전이 숨어 있다. 이 호텔의 ‘진짜 주인’, 즉 부동산 자산의 실소유주가 바로 대한민국 IT 기업인 ‘KT그룹’이라는 사실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의 이름을 보면 해당 기업이 호텔 건물과 토지까지 소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호텔 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건물을 소유한 회사와 호텔을 운영하는 회사, 브랜드를 제공하는 회사가 서로 다른 경우가 빈번하다. 하나의 사업 안에서 부동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이른바 위탁운영 모델이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이러한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피텔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호텔 개발과 부동산 사업에는 KT의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참여했다. 여기에 아코르와 국내 호텔 전문 기업 앰배서더가 협력해 호텔 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글로벌 브랜드의 명성과 국내 기업의 부동산 개발 역량, 호텔 운영 노하우가 결합한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KT는 이런 방식으로 여러 호텔들을 보유·운영하고 있어 국내 호텔 업계의 보이지 않는 ‘큰손’으로 불린다. 안다즈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등 총 6개의 호텔을 거느리고 있다. 과거 기간 통신사였던 시절 서울 요지에 수많은 전화국을 보유했었으나 이후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되고 통신기술과 장비 발달로 대다수 전화국이 필요없어지게 되자 호텔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KT는 한때 호텔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수익성 높은 호텔 매각에 대한 내부 반발이 제기되면서 매각 방향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호텔 기업이 건물을 소유하고 운영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브랜드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삼성동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대표적이다. GS그룹 계열의 호텔 전문 기업 파르나스호텔이 운영을 맡고 인터컨티넨탈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활용한다. 해외 호텔 체인의 브랜드 경쟁력과 예약망을 이용하면서 국내 기업이 축적한 호텔 경영 노하우를 접목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활용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서울 중구의 웨스틴 조선 서울도 마찬가지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건물을 소유하고 운영하면서 글로벌 호텔 기업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브랜드 웨스틴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 남산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도 흥미로운 사례다. 핸드백·의류 제조자개발생산(OEM) 전문 기업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이 호텔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가운데 글로벌 호텔 브랜드 하얏트 측에 호텔 운영 관리를 위탁해 운영하는 구조다.

여러 호텔들이 소유와 운영, 브랜드가 분리되는 이유는 간명하다. 호텔 건물은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자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이나 운영사 입장에서는 모든 건물을 직접 매입하는 대신 브랜드와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편이 자본 부담을 줄이면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 국내 투자자나 부동산 기업은 글로벌 브랜드를 활용해 호텔의 인지도와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국 호텔이 호황을 누리면서 호텔의 ‘진짜 주인’들도 남몰래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안정적인 운영 수익뿐 아니라 건물의 가치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서울 호텔의 평당 거래가격은 전년 대비 30% 이상 상승하며 3000만원 선을 돌파했다.

물론 이들과 달리 호텔 기업이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까지 전담하는 호텔들도 있다. 이를테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호텔롯데), 장충동 서울신라호텔(호텔신라) 등 많은 국내 호텔 기업들이 이 같은 ‘직영 모델’ 방식을 활용해 호텔을 운영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