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사의 마약류 '셀프 처방'과 과다 처방

입력 2026-10-15 09:39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의료용 마약류가 도마에 올랐다. 한 의사가 수백 정을 자신에게 처방·투약한 사례, 처방 기간이 정해진 약을 환자 한 명이 수년 치씩 받아간 사례가 거론됐다. 매년 수천 명의 의사가 자신에게 마약류를 처방한다는 추정도 나왔다. 정부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처방 데이터로 과다 처방 의료기관을 추려 수사기관과 함께 점검하겠다고 했다. 마약류 사건의 초점이 길거리의 투약자에서 진료실의 처방자로 옮겨가고 있다.

‘셀프 처방’은 이제 그 자체로 범죄다

의사·치과의사처럼 마약류취급자로 등록된 의료인은 업무상 프로포폴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직접 다룰 자격이 있다. 의료인이 자신에게 마약류를 처방·투약하는 이른바 ‘셀프 처방’은 오랫동안 명확한 금지 규정 없이 관행에 맡겨져 있었다. 진료기록부에 몇 줄 적어두는 것으로 사실상 자가투약이 가능했다.

2024년 2월 신설된 마약류관리법 제30조 제2항이 이를 금지했다.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중독성·의존성을 현저하게 유발해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총리령으로 정하는’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자신에게 투약하거나 자신을 위해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다. 2025년 2월 7일부터 시행됐고, 첫 지정 성분은 프로포폴이다.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치료 목적이 있었는지, 양이 얼마였는지는 따지지 않고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 ‘필요해서 썼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다. 지금 지정된 성분은 프로포폴 하나지만, 식약처는 오남용 상황을 봐서 대상을 넓히겠다고 밝혀 왔다.

처방하는 사람과 투약받는 사람이 다르면 이 금지에 걸리지 않는다. 원장이 소속 봉직의를 정식으로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투약했다면 자가처방이 아니다. 금지되는 것은 처방자와 환자가 같은 사람인 경우다. 실제 사건에서는 이 경계가 흐릿하다. 형식은 다른 의사 이름으로 처방됐지만 실질은 자가투약에 가까운 경우, 가족이나 직원 명의를 빌린 경우처럼 ‘누구를 위한 처방이었나’가 다툼이 되는 일이 적지 않다.

과다 처방은 ‘투약’인가 ‘매매’인가

더 무거운 문제는 환자에 대한 과다 처방이다. 의료인은 마약류를 투약하거나 처방할 자격이 있지만, 그 자격은 의료 목적의 업무 범위 안에서만 유효하다. 업무 외 목적으로 투여하거나 처방하면 자격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돈을 받고 마약류를 투여한 행위를 ‘매매’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다툼이 컸다.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도16747 판결이 이를 정리했다. 강남의 한 의원을 운영하던 의사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미용시술을 빙자해 프로포폴·레미마졸람·미다졸람·케타민 등을 환자 105명에게 3,703회 투약하고 41억여 원을 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이를 ‘매매’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매매가 아니라고 봤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취급자의 유형마다 허용되는 행위를 따로 정해두는데, 의사에게 허용된 것은 ‘투약, 투약을 위한 제공, 처방전 발급’이고 ‘매매’는 거기에 없다. 그래서 의사가 업무 외 목적으로 환자에게 약을 투여했다면 ‘투약’에는 해당할 수 있어도, 허용 유형에 없는 ‘매매’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셀프 처방 금지 조항이 생기기 전의 구법이 적용된 사건이고, 자가처방이 아니라 환자를 상대로 한 과다 투약 사건이다.

매매가 아니라고 가볍게 끝난 것은 아니다. 같은 사건에서 그 의사에게는 징역형과 함께 41억여 원의 추징이 확정됐다. 죄명이 매매에서 투약으로 바뀌어도 처벌과 재산 박탈의 무게는 그대로다. 수사기관이 어떤 행위를 어떤 죄명으로 구성하느냐가 형량과 추징의 범위를 가르므로, 처방과 투약의 실질이 무엇이었는지를 처음부터 따져야 한다.

과다 처방을 겨냥한 장치는 법에도 있다. 마약류관리법 제30조는 의료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마약류를 처방할 때 식약처와 통합정보센터에 환자의 투약내역을 요청해 확인하도록 하고(제3항), 그 결과 과다·중복 처방 등 오남용이 우려되면 처방이나 투약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한다(제4항). 투약내역을 확인했는지, 오남용이 의심되는데도 처방했는지가 나중에 업무상 정당한 진료였는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면허 문제가 남는다

의료인의 마약류 사건이 일반 사건과 다른 지점은 면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면허가 걸린다.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5두34890 판결은 업무 외 목적으로 마약 성분 패치 2,644장의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근거는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다. 대법원은 이를 법령의 명문 규정을 어긴 경우뿐 아니라,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이나 직업윤리에 어긋나 면허정지를 정당화할 만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했다. 형사 사건의 결론과 무관하게 면허 제한이 따라올 수 있다.

의료인의 마약류 사건은 형사절차와 행정절차를 처음부터 같이 봐야 한다. 형사 사건에서의 진술과 사실관계 정리가 면허 관련 행정처분과 그 불복 절차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진료기록이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진료기록이다. 미용시술이나 비급여 진료에서 마약류를 썼다면, 그 사용에 의학적 근거가 있었는지를 뒷받침하는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처방과 투약의 시점, 용량, 적응증, 환자 상태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가 정당한 의료행위와 업무 외 남용을 가른다.

기록이 부실하면 정당한 진료였어도 그 정당성을 사후에 입증하기 어렵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처방·투약 데이터가 쌓이면서, 수사는 그 데이터의 이상 징후에서 출발해 거꾸로 사건을 꿰어 들어온다. 처방량의 이상치, 특정 환자에 대한 반복 처방, 자가처방 의심 패턴이 단서가 된다. 거기에 맞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가 진료기록이다.

진료실로 옮겨온 단속의 눈

마약류 사건이라고 하면 보통 밀수·유통·투약을 떠올린다. 그러나 규제와 단속의 초점은 의료용 마약류의 처방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처방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관리되고, 셀프 처방이 행위만으로 범죄가 되며, 과다 처방이 형사와 행정 양쪽에서 문제가 된다.

의료인에게는 새로운 위험이다. 선의의 진료와 업무 외 남용, 재량 범위 안의 처방과 과다 처방의 경계가 늘 분명하지는 않다. 그 경계에 선 사건일수록 처방과 투약의 실질, 적용 죄명의 타당성, 형사와 행정 절차의 맞물림을 처음부터 함께 봐야 한다. 처방전 한 장이 수사기록의 첫 장이 될 수 있다.

글 황세영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