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때릴수록 더 잘나가네…中 반도체 수출 136% 폭증 [차이나 워치]

입력 2026-10-15 04:33


중국 반도체 수출이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타고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통제에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에 힘입어 중국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6% 폭증했다.

중국이 반도체부터 서버와 전력 설비까지 글로벌 AI 공급망 전반에서 입지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기술 견제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 반도체 수출 '잭팟' 15일 중국 해관총서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 9월 중국의 집적회로(IC) 수출액은 449억5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수출액은 4471억8000만달러로 36.3% 늘었다.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이 전체 수출 증가율의 약 3.7배에 달한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수출 물량과 금액의 차이다. 지난달 중국의 반도체 수출 물량은 327억개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수출액은 136% 뛰었다. 물량 확대보다 반도체 가격 상승이 수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AI 서버에 필요한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수출 가격도 크게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1~9월 누적 반도체 수출 물량은 2752억개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약 302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첨단 공정 경쟁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반도체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며 산업 공급망에서 상당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AI 공급망 빨아들이는 中 반도체뿐 아니라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정보기술(IT) 제품 수출도 증가했다. 올 1~9월 컴퓨터 부품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저장장치 관련 부품 수출은 1.3배 늘었다. 서버를 비롯한 데이터 처리 장비 수출도 7.2% 증가했다.

왕쥔 중국 해관총서 부서장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AI 산업의 급속한 발전이 세계적인 컴퓨팅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최종 장비와 중간재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전과 송전, 에너지저장장치 등 중국산 전력 관련 제품의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산 AI 안경과 로봇 역시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AI 활용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제품의 구체적인 수출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9월 중국의 메모리 관련 부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고 집적회로 수입도 56.6% 확대됐다. 중국 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해외 반도체 및 핵심 부품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늘어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과 수입이 함께 급증하는 현상이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에는 제약이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가격 상승과 서버·전력 설비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수출액 급증은 물량보다 가격 상승에 크게 의존한 만큼 수출 실적 개선을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