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은 못 사니까 이거라도" 인기 폭발…씁쓸한 현실

입력 2026-10-14 21:00
수정 2026-10-14 21:08
사물을 작게 제작한 미니어처 열풍이 세계에 불고 있다.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에 지친 사람들이 내 뜻대로 꾸리는 ‘작은 세계’를 찾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초소형 공예품을 수집·제작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미니어처 판매 업체 미니어처스닷컴은 최근 2년간 순매출이 세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제미니어처공예가협회(IGMA)도 올해 미니어처 제작법 강좌의 신규 수강생이 역대 최다였다고 밝혔다.

미니어처가 부활한 중심에는 MZ세대가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집에 갇혀 지내던 이들이 어린 시절 즐기던 취미를 재발견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에서 정교한 미니어처 작품이 화제를 모으며 인기가 더 높아졌다. 불안정한 사회에서 벗어나 일종의 ‘현실 도피’를 하려는 심리도 한몫했다. 미니어처 세상에선 무엇이든 마음대로 만들고 통제할 수 있어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솟은 집값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오드리 트립 IGMA 디렉터는 “사람들이 미니어처를 좋아하는 것은 현실에서 소유하지 못하는 집을 미니어처로는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베스트 인 미니어처’ 시즌2 우승자인 해나 레몬도 “커다란 ‘꿈의 집’을 살 형편은 안 되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니어처는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에 인기가 치솟는 경향이 있다. 세상이 거대하게 느껴진 16세기 대항해 시대, 산업혁명 시대가 대표적이다. 스태그플레이션, 베트남전쟁 등으로 불안정하던 1970년대 미국에서도 미니어처가 유행했다. 2020년대 들어선 전쟁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등으로 사회가 어수선해지자 또 한 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김미리 기자 miri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