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새로운 유형의 가족 형태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논의해봐야 한다”고 14일 말했다. 출생률을 높이는 해결책 중 하나로 ‘비혼 출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을 주재하고 “인구 문제는 육아를 개인이 책임지는 환경과 미래에 대한 불안, 기회가 소수에게 집중되는 격차가 불러오는 총체적 사회문제”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 역대 정부는 저출생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인구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며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기존 과제에 더해 다양한 가족 형태 및 이주민 증가 등 새로운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에서 “우리나라에선 남녀가 혼인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한 다음에 살아야 정상 가족이라고 부르더라”며 “정상, 비정상보다는 전통적이냐, 전통적이지 않냐로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특정 국가에서 미혼모를 지원해 저출생 문제를 개선한 점을 거론했다. 비혼 출산 비율이 60%를 넘는 프랑스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에게도 세금 감면 등 사회 보장 혜택을 제공한다.
이 대통령은 인구 정책 방향성에 대해 “노동 정책이자 복지 정책, 일자리 주거 정책인 동시에 보육 정책이어야 한다”며 “결혼, 출생, 양육 문제를 망라하면서도 국가의 돌봄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 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종합 대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역사적 대전환을 맞아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할 기회”라며 “세대, 지역, 다양한 생활 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인구전략위원회는 ‘세대와 경계를 넘어, 함께 도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인구 비전을 선포하며 5년간 추진할 인구 정책을 담은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확대·개편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기존 대책이 인구 문제를 출생률과 수에 초점을 맞춰 양적으로 접근했다면 앞으로는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개인 삶의 질 제고’와 ‘사회 지속 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
5년 뒤 달성할 주요 지표별 수치도 제시했다. 인구전략위는 2025년 기준 16.3%에 불과한 유연근무 사용률을 2030년 25%로 높이고, 같은 기간 여성 경력 단절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공보육 이용률은 지난해 45.8%에서 5년 뒤 55%로 끌어올리고 삶의 만족도는 2025년 기준 6.6점에서 2030년 7.0점으로 높이기로 했다. 합계출산율 목표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