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기만 해도 '품절 대란'…日 캐릭터에 대한민국이 들썩

입력 2026-10-14 17:26
수정 2026-10-15 21:03
경기 용인시에 사는 30대 직장인 여성 김모씨는 14일 퇴근 시간을 1~2시간 앞당겨 서울 남부터미널역 인근 국제전자센터로 향했다. ‘먼작귀’(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 굿즈를 사기 위해서다. 게임 관련 용품을 주로 팔던 국제전자센터는 최근 각종 캐릭터 지식재산권(IP) 관련 굿즈 마니아의 성지로 떠올랐다. 김씨는 “정규 매장이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은 퇴근 이후 입장조차 어렵다. 국전(국제전자센터)에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최대한 뒤져 볼 생각”이라고 했다.

‘먼작귀’란 애칭으로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치이카와(ちいかわ)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정식 굿즈뿐 아니라 협업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며 품절 대란이 빚어졌다. 리셀(재판매)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14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이달 10일 연중 최대 중고 거래 행사 ‘당근절’에서 치이카와는 10~30대 이용자의 키워드 검색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 여성의 경우 10~30대 모두에서 치이카와가 검색어 1위였다. 남성 기준으로도 20대에서 1위, 10·30대에선 각각 5·6위에 올랐다.

실제 거래도 활발하다. 치이카와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 개봉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7일까지 당근에서 치이카와 관련 제품 거래량은 직전 동기(9월 22일~29일) 대비 166% 불어났다. 같은 기간 신규 게시글 수는 157% 늘었다. 크림에선 치이카와가 일본 생활용품숍인 돈키호테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인형이 200만원대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랜드월드의 제조·유통 일원화(SPA) 패션 브랜드 스파오가 치이카와 IP를 활용해 출시한 잠옷, 후드티, 윈드브레이커 등은 줄줄이 동났다. 스파오의 주력 제품인 ‘베이직 퍼플리스 집업’에 치이카와 캐릭터를 새겨넣은 제품은 출시 1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퍼플리스 집업과 잠옷, 후드티는 추가 발주하기로 했고, 나머지 제품도 반응을 고려해 리오더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한글날 연휴였던 지난 11일 ‘암살자(들)’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일본에선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작품이다. CGV에서 치이카와 캐릭터 모양으로 제작한 팝콘통(사진)은 1, 2차 판매 수량이 모두 소진됐다. 국내 최대 규모 CGV가 들어서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 내 치이카와 정규 매장은 입장 인원을 하루 1600명으로 정했는데 매일 오전 순번이 마감된다.

치이카와는 일본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나가노가 2020년부터 X에 연재해 온 애니메이션이다. 밝고 귀여운 외모의 주인공이 자격증을 따고 노동해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내용의 어둡고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런 서사가 치열한 스펙 경쟁과 취업난,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한국과 일본 청년층의 현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폭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올해로 탄생 30주년을 맞은 포켓몬스터가 촉발한 일본 캐릭터 IP 신드롬을 치이카와가 이어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학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치이카와 신드롬은 귀여운 캐릭터 외형 속에 청년 세대의 고단한 서사를 입혀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기 때문”이라며 “강력한 서사로 구축된 팬덤 기반의 IP가 흥행 카드가 된 또 다른 사례”라고 분석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