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아파트를 팔고 모아둔 현금을 다 보태 반포로 갈아탈지 고민 중입니다. 나중에 낼 재건축 분담금과 시간 비용까지 고려하면 분당 집값이 비쌀 때 팔고 강남으로 넘어갈 마지막 기회인 것도 같아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강남구 대치동과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시세를 확인하는 것이 일과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재 거주 중인 분당 아파트 호가가 급등하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로 이주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거주자들이 강남 3구로 활발하게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가시화로 분당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 핵심지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자, 자금력을 갖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찾아 강남권으로 자산을 재편하려는 수요가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9월 경기·인천 거주자 중 강남 3구에 위치한 공동주택(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 등)을 가장 많이 사들인 이들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거주자로 확인됐다. 이 기간 분당 거주자 총 589명이 강남 3구의 공동주택을 매입했다.
서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분당 주민들의 '인서울' 러시는 뚜렷하다. 이 기간 성남시 분당구 거주자 중 서울 공동주택을 사들인 이들은 1661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220명)에 비해 441명(약 36%) 늘어난 수치다.
서울 자치구별 매수 현황을 살펴보면 상급지로의 '갈아타기' 목적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전체 1661건의 거래 중 강남 3구와 용산구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송파구 공동주택을 사들인 분당 거주자가 23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227명)가 간발의 차로 뒤를 이었다. 이어 분당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대단지 신축 밭인 강동구(151명), 전통 부촌 서초구(131명), 그리고 최근 한강벨트의 중심으로 떠오른 용산구(111명) 순으로 매수가 잇따랐다.
분당은 올해 들어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기준으로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는 누적 15.10% 올랐다. 전국에서 일곱 번째로 높은 수치다. 기존에 보유하던 집값이 크게 뛴 틈을 타 매도 버튼을 누르고, 그 자본을 지렛대 삼아 서울의 더 높은 급지로 올라타는 실거래 흐름이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분당구 서현동의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기대감에 호가가 확 뛰자, 서현동이나 정자동 일대의 고가 아파트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매도 후 강남 진입을 묻는 상담이 부쩍 늘었다"며 "자녀 교육 시기에 맞춰 대치동 학원가나 반포 신축으로 넘어가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분들의 수요가 상당수를 차지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분당뿐만 아니라, 올해 집값이 크게 뛰었던 경기 남부권 주요 지역들에서 강남 3구 매수세가 일제히 도드라졌다.
자치구별 특징도 뚜렷하게 나뉘었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맞닿아 있는 경기 남부권 거주자들의 진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강남구 매수자 명단에는 분당에 이어 용인시 처인구(98명), 용인시 수지구(90명), 수원시 영통구(64명) 거주자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초구 역시 분당에 이어 수원시 영통구(63명), 남양주시(60명), 용인시 수지구(56명) 등에서 짐을 싸서 넘어왔다.
반면 송파구는 '지리적 인접성'이 매수 수요를 갈랐다. 압도적 1위인 분당을 제외하면, 송파구와 바로 경계를 맞대고 있는 하남시(210명)와 위례신도시를 품은 성남시 수정구(194명) 거주자들이 송파구 주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올해 들어 불장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화성시 동탄구(19.34%)는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수원시 영통구(15.39%), 안양시 동안구(15.19%), 용인시 수지구(15.17%)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용인시 기흥구(13.36%), 하남시(12.65%) 역시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률을 보인 지역이다. 결국 수도권 외곽에서 발생한 집값 상승의 불씨가 자본 축적을 거쳐 부동산의 중심인 강남 3구로 옮겨붙은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과 '반도체 머니' 등으로 경기 남부권 핵심 주거지의 매매가가 빠르게 오르자, 시세 차익을 안고 서울 최상급지로 넘어가려는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며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외곽보다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짙어지기 때문에, 자금력을 갖춘 경기권 고소득자들의 강남 3구 및 한강벨트 진입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