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700만 더해 1000만 도시 '으쓱' 했는데...재외동포청 인천→세종

입력 2026-10-14 15:51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이민 역사는 1902년 제물포항(현 인천항)에서 시작됐다.
일본 여객선 겐카이마루(玄海丸)호에 탄 121명의 한국인은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해 한국 이민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재외동포청이 인천시에 자리 잡은 배경 중 한 가지다.

재외동포청이 정부의 국토 균형 발전론에 따라 세종으로 이전할 처지에 직면했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 등 44개 기관과 공무원 정원 9929명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인천에 있는 재외동포청도 포함됐다.

3년 전 재외동포청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인천시민과 단체들은 황당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시 재외동포 700만명과 인천시민 300만명을 더해 1000만 도시가 됐다는 인천시의 홍보도 머쓱하게 됐다.

당시 인천상공회의소, 인천YMCA,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 등 인천지역 47개 시민단체는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시민운동본부’를 출범시키면서 “인천은 120년 전 대한민국 공식 이민 1세대가 출발한 곳”이라며 “동포를 배웅한 인천에서 마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외동포청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시 해외 교민과 단체도 재외동포청의 인천 유치에 호응했다. 유럽 한인총연합회(25개국), 우즈베키스탄 고려인협회, 하와이 재미교포단체(13곳)가 동포청의 인천 설치에 힘을 보탰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재외동포청 설치를 위해 입법 활동과 국무회의 안건 상정·통과 등의 절차를 거쳤듯이 세종시 이전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해야 할 인천시장이 SNS에 재외동포청 이전을 인정하는 듯한 의사 표명은 허수아비를 자인한 꼴"이라고 직격했다.

인천경실련 등 지역 시민단체는 재외동포청 이전 반대 설명과 규탄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박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재외동포청은 현재 157명이 일하는 기관이지만,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는 연 3000~1만 명의 동포가 찾아오는 곳"이라며 "청은 세종으로 가지만, 동포들은 인천으로 온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인천시와 재외동포청은 얼마 전까지 재외동포청이 송도에 위치하면서 추가로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었다.

재외동포청이 둥지를 튼 인천 연수구도 발끈하고 나섰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연수구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구민 염원이 담긴 소중한 자산을 한순간에 앗아가려는 이번 결정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구청장은 재외동포청 세종시 이전이 철회되는 그날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44만 구민과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도 주민커뮤니티에서도 재외동포청 이전 반대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민 A씨는 게시글에서 "해외에서 방문하는 재외동포의 이동 경로와 소요 시간, 기관 이용 목적, 국내 다른 기관과의 업무 연계, 이전에 필요한 예산, 인천에 존치할 경우의 장단점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며 "개청 당시의 유치 취지와 이후의 정책 변화, 이전으로 기대되는 행정적 효과가 무엇인지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3년 전 인천 유치 당시 정부는 재외동포의 편의와 접근성, 지역 균형 발전, 행정조직의 일관성, 입지의 상징성 등을 고려했다"며 "그때는 왜 인천이 적합하다고 했고, 지금은 왜 부적합한가”라며 정부의 재외동포청 이전 결정안에 대해 되물었다.

재외동포청은 14일 "세종 중심 국정운영 강화는 현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전 부처가 공유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동포청 이전 발표는 국무회의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결과"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