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10월 12일 키움증권 손예빈 애널리스트가 발간한 ‘K뷰티의 지구정복’을 선정했다. K뷰티의 경쟁력과 활동 영역을 넓힌 과정, 지역별 소비 트렌드를 짚었다는 점에서다.
K뷰티 수출액은 2023년 이후 연평균 13% 성장하며 한국을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끌어올렸다.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K뷰티의 점유율은 4.6%에 그치지만 침투 초기 단계 시장을 중심으로 추가 성장 여력이 크다.
K뷰티의 1차 전성기는 중국이 이끌었다. 한류 확산과 중국인 관광객 증가, 면세점·따이공을 통한 대량 구매가 맞물린 결과였다. 설화수와 후를 앞세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고성장을 기록했다.
현재의 2차 전성기는 다르다. 2021년 한국과 일본은 화장품 수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했다. 이후 한국은 중국 비중을 2025년 17.7%까지 낮추며 북미와 유럽으로 시장을 넓힌 반면 일본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고 수출 성장세도 둔화했다.
향후 관건은 북미에서 입증된 K뷰티의 경쟁력이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재현될 수 있느냐다. 이를 판단하려면 K뷰티의 제품 경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급 구조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K’의 경쟁력
이러한 수요를 실제 성장으로 연결한 기반에는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생태계가 있다. 브랜드사가 제품을 설계하고 생산을 위탁하는 OEM(주문자 위탁생산)과 달리 ODM은 제조업체의 자체 R&D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분과 제형을 직접 개발한다.
일본은 제조판매업체와 제조업체 수가 거의 1대 1인 반면, 한국은 하나의 제조업체가 여러 브랜드를 지원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사는 대규모 설비·R&D 투자 없이 성분과 제형을 빠르게 제품화할 수 있어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입 부담도 작다. 국내 브랜드사는 2014년 4853개에서 2025년 2만8412개로 약 6배 늘었다.
이러한 생태계로 먼저 트렌드를 제품화하는 속도와 유연성을 갖출 수 있게 됐다. 국내 소비자들이 성분을 꼼꼼히 비교하고 민감성 피부와 모공 등 세분화된 피부 고민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브랜드들은 시카·어성초·PDRN·NAD+ 등 주목받는 성분의 제품을 신속히 선보였다. 2~3개월 만에 제품화하는 ODM을 통해 쿠션·수면팩·토너패드처럼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제형도 등장시켰다.
두 번째 경쟁력은 가격 대비 제품력이다. 소비자들은 점차 가격에 따른 효능과 품질을 따진다. 럭셔리 시장은 물론 듀프(Dupe) 제품의 확산도 같은 맥락이다. K뷰티의 주요 스킨케어 제품은 20~40달러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성분과 효능을 적극 내세운다. 매스티지(Masstige·대중(Mass)과 명품(Prestige)의 합성어) 포지셔닝을 구축한 것이다.
◆다음 승부처
K뷰티의 다음 성장 시장으로는 북미 오프라인 유통망과 유럽, 라틴아메리카를 꼽을 수 있다. 세 시장 모두 오프라인 채널 비중이 각각 56%, 82%, 89%로 높아 온라인에서 검증된 K뷰티가 영역을 넓힐 여지가 크다.
글로벌 뷰티 시장의 22%를 차지하는 북미에서는 ‘클린 걸(Clean Girl)’과 ‘글라스 스킨(Glass Skin)’ 등의 건강한 피부 표현 트렌드가 확산했다. 선케어 역시 스킨케어로 변화하며 세분화된 피부 고민에 대응하는 K뷰티가 현지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울타(ULTA)를 시작으로 타깃·월마트 등으로 판매망이 확대되고 있다.
유럽은 효능과 성분을 중시하는 더마코스메틱 수요가 강한 시장이다. 기존 정통 더마 브랜드의 가격대가 높은 가운데 효능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기존 더마 브랜드에 준하는 효능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K뷰티의 매스티지 전략을 발휘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시장은 K뷰티 점유율이 0.9%에 그쳐 성장 잠재력이 크다. 현지에서는 선케어와 색조·스킨케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스킨화(Skinification)’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자외선 차단에 보습, 톤 보정, 피부 개선 기능을 결합한 다기능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성분뿐 아니라 사용 방식과 제형에서도 카테고리를 빠르게 만들어온 K뷰티의 강점이 부각되기 좋다.
◆투자전략은?
K뷰티의 다음 성장 국면에서는 어느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 수요를 가장 강하게 끌어내고 이를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에이피알은 북미에서 입증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라틴아메리카까지 진출 지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어 시장 다변화의 최대 수혜주로 판단한다. 2026년 2분기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92%에 달하며 글로벌 시장이 실적 성장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분석 대상 브랜드사 가운데 지역·채널·제품군(SKU) 다변화도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리콘투는 북미·유럽·라틴아메리카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해지는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의 수혜를 누릴 차선호주로 제시한다. 실리콘투는 개별 브랜드가 아니라 K뷰티 전반 성장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특히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의 온라인 비중은 각각 약 18%, 11%로 북미(44%)에 비해 낮다. 게다가 두 지역 모두 국가별 주요 유통업체와 채널이 다르다. 현지 재고와 거래선을 사전에 확보한 멀티브랜드 유통사가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오승주 인턴기자 seungju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