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러 왔다가 화들짝"…여의도 3040 직장인 홀린 '이곳'

입력 2026-10-14 14:08
수정 2026-10-14 14:20


영풍문고 여의도IFC몰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이 꽂히는 곳은 베스트셀러 매대가 아니다. 매장 한가운데 '특별 전시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보통의 서점이라면 베스트셀러 매대가 있어야 할 곳이다.

가장 안정적인 매출을 내야 할 30평 규모의 큼직한 공간을 과감히 내어 만든 이곳은 영풍문고가 지난 4월 신설한 상설 기획 전시 공간인 '갤러리 아카이브'다. 현재는 지난달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7》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특별전으로 채워져 여의도 직장인과 쇼핑몰 방문객들 발길을 멈춰세웠다.

전시장 내부에는 내년도 소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와 일러스트가 패널 형태로 꾸며졌다. 공간 중앙에는 신간이 단일 품목으로 쌓여 멀리서도 눈에 띈다.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직접 고른 추천 도서들이 선정 이유과 함께 진열돼 있다. 전시장 한편에는 김 교수의 집필 수습과 독자들이 보낸 손편지 등 개인 소장품들이 전시돼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보여준다. 관람객들이 포스트잇에 직접 내년도에 바라는 소망과 다짐을 적어 붙이는 참여형 보드가 마련됐다.

갤러리 아카이브는 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 서점 본연의 역할을 증명하기 위해 기획한 상설 문화 공간이다. 상업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매대를 내려놓는 대신, 학업과 업무로 바쁜 학생과 직장인들이 언제나 찾아와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다. 가까운 자리에서 독자의 곁을 지키며 삶의 가치를 제안하겠다는 의도다.IFC몰 속 서점의 생존 전략
이 같은 영풍문고의 전략은 여의도 IFC몰 상권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IFC몰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 방문객은 8% 증가하는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운영사인 SIFC리테일몰디벨로프먼트의 매출 역시 500억 원대 중반을 넘어섰다. 화려한 명품과 팝업 중심의 백화점 틈바구니에서 여의도 3040 직장인의 출근과 점심, 퇴근 동선에 맞춘 일상 밀착형 MD를 적중시킨 결과다.

입점 테넌트인 영풍문고 역시 온라인 서점의 가격 및 배송 경쟁과 다른 길을 택했다. 매장 효율을 포기하더라도 고객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쪽에 집중했다. 오프라인 서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우연한 발견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인근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이 매장 대신 한가운데를 비우고 녹지공간을 조성해 방문객들을 더 많이 유입하는 것과도 맥이 닿는다.

실제로 앞서 진행한 힐링 게임 '고양이와 스프' 팝업을 통해 평소 서점을 찾지 않던 비독서층의 유입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7》 전시 역시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관 단독 저자 강연회와 미니 도슨트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오프라인 체류 경험을 넓혔다."책을 사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만나는 곳으로"
영풍문고가 매대의 효율성을 내려놓고 콘텐츠를 품는 이유는 명확하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책만 보게 되는 온라인 공간과 달리, 목적 없이 들어와 예상치 못한 책 앞에 멈춰 서는 우연한 만남이 '오프라인 서점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으로도 영풍문고는 도서 중심의 전시를 이어가는 동시에 캐릭터, 일러스트, 게임 등 책 바깥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보러 왔다가 그 옆의 책을 한 번 들춰보게 만드는 계기들이 쌓여 서점을 찾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영풍문고 서적팀 고경모 대리는 "서점이 전시 공간과 경쟁하려 하면 이길 수 없다. 결국 서점이 내세울 것은 책"이라며 "책을 파는 곳이라는 본질은 그대로 두고, 책에 닿는 경로를 늘려가는 변화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