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돈 쓸어 담는다더니"…IMF가 경고한 이유 [분석+]

입력 2026-10-15 07:00
수정 2026-10-15 08:11
인공지능(AI) 기업의 이익이 급증하고 있지만 칩·데이터센터 투자비를 AI 서비스에서 회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란 경고음이 나온다. 칩을 파는 기업의 매출은 '구매 기업의 투자비'이기도 하다. AI 컴퓨팅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2031년까지 연간 6조달러의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는 추산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조정의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AI에 현재 수준만큼 투자가 필요하지 않거나 경제적 이익이 기대보다 작을 수 있다는 증거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대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의 세계 투자적격등급 채권 발행 비중은 2024년 1% 미만에서 현재 10%로 확대된 상태다. IMF는 AI 투자가 둔화하면 늘어난 차입이 강제 매도와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고는 실적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LSEG는 S&P500 기업의 올 3분기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1%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증가분 가운데 3분의 2는 테크 부문과 알파벳·아마존·메타 등 AI 관련 대기업에서 나온다는 관측이다.

실제 엔비디아는 지난 7월 종료된 2027회계연도 2분기 매출 962억2100만달러, 영업이익 637억3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각각 106%, 124% 늘었다. 브로드컴은 지난 8월 기준 2026회계연도 3분기 AI 반도체 매출 167억달러로 같은 기간 221% 증가했다. 회사는 "4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져 AI 반도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36% 증가한 217억달러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다.

칩을 파는 기업의 매출은 이를 구매하는 기업의 투자비다. 이 투자를 이어갈 매출이 그만큼 발생해야 하는 것.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AI 컴퓨팅 수요를 감당하려면 "2031년까지 연간 6조달러의 매출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소비자 구독·광고,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영업·고객서비스 등 기존 활용 분야의 매출 잠재력은 1조2000억~1조8000억달러로 예상된다. 이 경우 나머지 4조2000억달러는 새로운 분야에서 매출을 일으켜야 한다. 베인앤드컴퍼니는 검색을 대체하는 AI 서비스, 자율주행, 로봇·디지털트윈, 신약 개발 등을 신규 매출처로 꼽았다.

문제는 설비 확충과 매출 증가의 속도가 맞물릴 수 있는지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주요 기술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추가 공급 요청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가 AI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메모리 수요의 모멘텀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데이비드 크로퍼드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기술 부문 회장은 "AI 인프라는 수요보다 훨씬 앞서 구축되고 있다"고 했다. 실적이 좋아도 투자에 쓰고 남는 현금이 줄어드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라클의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보면 회사는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230억달러에 이르는 영업현금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투자를 계속 집행하면서 1분기 잉여현금흐름이 -50억달러를 기록했다.

투자가 이어지려면 자금 조달도 원활해야 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AI 관련 채무 발행액이 올해 6월 1130억달러에서 지난달 230억달러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영향이 컸지만 장기 투자 수익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누적액은 4660억달러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1010억달러)을 웃돈다.

투자비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감당할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공급업체 지원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클라우드·모델 개발기업에 관해 "많은 기업이 재무상태와 장기 신용도가 뒷받침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실제 인프라를 팔고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AI 클라우드 기업의 외부 고객 매출을 배분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AI에 따른 이익 증가 기대가 실현되지 않거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경우 "주가는 급격히 조정될 수 있고 그 여파는 주식·신용·실물경제 경로를 통해 아세안+3(한중일) 경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훈 서강대 가상융합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약 개발 분야든, 피지컬 AI든 발전 정도나 규모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리스크가 있다"며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들어가는 만큼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하다고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고 새로운 도메인이 확장되면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