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메모리 대란으로 기깃값이 치솟고 저가 제품 공급마저 줄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3분기 출하량이 같은 분기 기준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켰지만 부품값 부담이 커지면서 모바일 사업 부문의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폰값 오르니 교체 미루고…'싼 폰'도 줄었다1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분기 기준으로 2012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제조사가 유통망에 공급한 물량을 집계한 것으로, 소비자에게 실제 판매된 수량과는 다르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압박했다. 메모리 부족으로 제조사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긴 데다 오른 부품값이 판매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의 구매 부담도 커졌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들어 세계 스마트폰 소매가격이 20% 올랐다고 밝혔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기존 기기를 오래 쓰면서 신규 폰 구입을 미루거나 중고 기기를 정비해 판매하는 리퍼비시 제품을 대안으로 찾고 있다.
가격을 낮춰 판매를 늘리기도 어려워진 형국. 일례로 중국 샤오미는 메모리값 상승 속에 채산성이 떨어지는 판매를 피하기 위해 저가 제품과 비핵심 해외 시장의 비중을 줄였다. 비보는 보급형 제품 가격이 기존의 주요 가격대를 벗어난 데다 재고 부족까지 겹쳐 출하량이 제한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비싸진 기깃값에 교체를 미루고 제조사는 저렴한 제품의 공급을 줄이면서 시장이 위축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삼성·애플 점유율 45%…출하량은 모두 감소
삼성전자의 3분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3% 줄었다. 다만 전체 시장보다 감소 폭이 작아 점유율은 23%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주요 제조사 가운데 점유율 상승 폭도 가장 컸다. 카운터포인트는 삼성의 상대적으로 유리한 부품 확보 여건과 폴더블 신제품의 초기 수요를 선방의 배경으로 꼽았다.
갤럭시Z폴드8을 중심으로 고가 제품 수요가 뒷받침됐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은 신흥시장에서 중저가 갤럭시 A 시리즈의 출하를 지원했다. 일부 중국 업체가 시장 공략을 줄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은 평균판매가격(ASP)과 매출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출하량 감소에 대응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의 분석이다.
애플도 출하량은 줄었지만, 점유율은 22%로, 3분기 기준 처음 20%를 넘어섰다. 삼성과 합하면 45%다. 일반형 아이폰18이 출시되지 않아 지난해보다 신제품 출시 월의 유통망 공급 물량이 줄었으나, 중국과 인도 등에서 아이폰18 프로의 초기 판매가 전작보다 강했고 아이폰17 수요도 이어졌다.
반면 샤오미 출하량은 30% 넘게 감소해 점유율이 10%로 내려갔다. 오포와 비보도 출하량이 각각 20% 넘게 줄었고 점유율은 9%, 8%를 기록했다. 고가 제품 수요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반면 가격에 민감한 시장은 부담이 커지면서 두 시장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1위 수성했지만…피할 수 없는 적자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고 수익성까지 확보한 것은 아니다. 치솟는 메모리 가격에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사업이 합산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실적은 이달 말로 예정된 확정 실적 발표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MX·네트워크 사업은 지난 2분기에도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당시 갤럭시S26과 A 시리즈 판매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부품 비용 부담으로 손익이 악화됐다는 취지로 설명했었다.
실피 자인 카운터포인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은 예상보다 기기를 오래 사용하고 리퍼비시 제품을 점점 더 고려하고 있다"며 "제조사들은 수익성을 지키기 위해 제품 구성과 가격, 시장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