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3일 장중 폭락한 후 6000선을 가까스로 지켜내며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수가 종료되며 증시 하단을 받쳐줄 수급이 약해지자 무너진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증시를 둘러싼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고 외국인 수급이 언제 돌아올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보수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반면 절대적인 주가 수준이 낮기에 저가 매수에 나서볼 만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코스피는 348.89포인트(5.46%) 하락한 6035.35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엔 유가증권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 일시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이후에도 급락세가 진정되지 않아 낙폭이 7.41%에 이르는 5911.11까지 빠지기도 했다.
이날 폭락의 방아쇠를 당긴 건 ‘중국산 반도체’다. 중국 창신메모리반도체(CXMT)가 더블데이타레이트(DDR)5 D램 생산을 위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하면서다. 올해 안에 서버용 제품 출시 계획까지 알려지며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족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부문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부각돼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최근 들어 코스피가 연일 하락하는 배경으로는 외국인 매도세가 지목된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날 정규장 마감 무렵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32조7062억원어치 현물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기업의 실적 개선에도 주가가 급락한다는 점이 문제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도 상향되고 있는데도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는 실적 개선보다 외국인 매도를 흡수할 신규 매수세의 부족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줄 국내 투자자의 매수 여력마저 제한적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개인투자자는 2024년 7월 이후 약 195조원을 주식시장에 투입했으며, 가계의 유동성 자산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LS증권은 지적했다. 이 증권사 정다운 연구원은 "국내 기관투자가든, 개인투자자든 매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외국인의 순매도가 가격 변동폭을 확대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외국인이 쏟아내는 매물을 받아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수급도 약해졌다. 이날 정규장 마감 무렵까지 기타법인은 455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9월 한 달 동안 기타법인은 3일 하루를 제외한 모든 거래일에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000억~1조7000억원대의 주식 순매수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6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수가 종료되면서 기타법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7일 6873억원, 8일 7774억원, 12일 6447억원, 13일 455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의 반도체 매도를 기타법인의 자사주 매입이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지수 하단을 지지했지만, 매수 주체가 약화된 뒤 동일한 외국인 매도가 더 큰 가격 충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낙관론과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KB증권은 코스피가 저가매수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가치 평가 방식이 다시 경기민감주로 되돌아갔다고 가정해도 현재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밴드 하단 역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1~1.2배를 적용해 5600~6000선을 제시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외국인 매도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공격적인 매수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메모리 기술 추격 우려와 외국인 매도세에 고유가·고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는 공격적인 비중 확대보다는 주요 이벤트의 전개 과정을 확인하면서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주가 하락만을 근거로 매수에 나서는 전략에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외국인 수급이 돌아오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김석환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면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