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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정체에 눌렸던 국내 배터리주가 반등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 회복이 더딘 사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와 미국의 전력망 탈(脫)중국 정책이 K배터리의 새 동력이 됐다. 최근 주가 상승 폭이 큰 만큼 ESS 수주를 이익으로 연결할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호실적에도 전기차 회복 ‘아직’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0.9% 하락한 39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이날 하루에만 3.5% 급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 지난 8일 발표한 지난 3분기 호실적이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을 봐도 K배터리의 반등은 뚜렷하다.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12.8%, 11.9% 상승했다. 올 들어 114% 뛴 삼성SDI도 최근 한 달 5.5% 상승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4.3% 하락한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돌았다.
전기차 시장 한파에 얼어붙었던 배터리업계는 2분기 LG엔솔, 삼성SDI, SK온이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투자자들은 LG엔솔을 시작으로 3분기에도 업계 턴어라운드가 가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된 덕분은 아니다. 지난 8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47% 줄었다. 하나증권은 LG엔솔의 3분기 실적에 북미 전기차 고객사와의 합작사 청산에 따른 일회성 보상금 효과가 큰 것으로 추정했다. 유안타증권도 미국 보조금 폐지와 신차 출시 지연 등으로 낮아진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동률 회복이 2028년 무렵에야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데이터센터용 ESS 상승 동력빈자리를 채울 새 동력은 ESS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ESS는 AI 데이터센터의 필수 부품으로 떠올랐다. 엔비디아는 최근 데이터센터용 제품 인증 프로그램에 배터리 기반 ESS(BESS)를 새로 포함하고 테슬라, 히타치에너지와 함께 LG엔솔을 첫 인증 업체로 선정했다. LG엔솔이 상반기까지 확보한 ESS 신규 수주액만 3조원이 넘는다.
미국의 탈중국 규제가 여기에 힘을 보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26일 중국산 전력 장비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BESS를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노르웨이 에너지 리서체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중국산 대체 수요가 변압기보다 배터리 공급망에서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올 6월까지 1년간 미국이 수입한 변압기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3%(수입액 기준)에 불과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는 50%에 달했다.
DB증권은 “배터리 셀·제어장치·소프트웨어의 통합과 인증이 필요한 ESS 특성상 중국 공급망을 일부만 바꾸긴 어렵다”며 “북미 생산과 시스템 통합 역량을 갖춘 한국 업체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능력은 LG엔솔이 60GWh, 삼성SDI가 50GWh로 중국 궈시안(35GWh)과 CATL 기술을 들여온 포드(20GWh)보다 많다.
모든 기업이 똑같이 수혜를 보는 것은 아니다. 유안타증권은 “ESS용 LFP 대응력과 북미 생산 능력, 수주와 실제 이익 기여도가 높은 기업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말까지 북미 ESS용 LFP 생산을 확대 중인 LG엔솔과 이달 미국에서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가는 삼성SDI는 생산 능력에서 앞서 있다.
주가 부담도 있다. 하나증권은 “대형 배터리주 상승 여력 추정치가 7월 50~100%에서 현재 30~40%로 줄었다”며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ESS 중·소형주를 선호한다고 했다. ESS 관련 부품사로는 LG엔솔에 ESS 열관리 부품을 공급하는 신성에스티, 삼성SDI에 안전부품과 배터리 캔을 공급하는 신흥에스이씨와 상신이디피 등이 거론된다.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주 중에선 솔루스첨단소재, 동화기업, 천보 등이 꼽혔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