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2일 15: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계열 자산운용사 3곳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북 전주에 나란히 사무소를 열었다. 주식·채권부터 부동산 대체투자까지 국민연금과 폭넓게 거래하는 삼성 금융계열사가 현지 거점을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국내외 대형 금융회사들의 전주 진출이 잇따르면서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업계의 집적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등 삼성 계열 운용사 3곳은 전주시 덕진구 오공로 월방빌딩에 공동 사무소를 개설하고 개소식을 열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 하지원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 김정근 삼성SRA자산운용 대표 등 3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국민연금에서도 김성주 이사장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삼성 계열 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의 주요 위탁운용사로 꼽힌다. 삼성자산운용은 2000년부터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과 채권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위탁자산 평가액은 5조9221억원이다. 국내 주식이 3조7300억원, 국내 채권이 2조1921억원 규모다. 국내 주식 운용에 특화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위탁자산은 11조844억원에 달한다. 두 회사가 국민연금에서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만 17조원에 이른다.
부동산 투자 전문 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도 국민연금과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 부동산 펀드 3건을 통해 총 5개 자산에 투자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투자 평가액은 1634억원이다. 지난해 3월에는 국민연금의 국내 부동산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2500억원을 배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조성한 펀드를 통해 지난달 경기 평택의 물류센터를 3430억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 계열 운용사들은 전주 사무소를 국민연금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본사 리서치 조직과 연계해 시장 분석 자료와 맞춤형 세미나를 제공한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도 자체 리서치센터를 활용해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을 확대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을 따라 전주에 둥지를 튼 금융회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해외 금융회사가 현지 거점 확보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 코람코자산운용 등 주요 대체투자 운용사가 전주에 사무소를 마련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전주 사무소 운영 등에 가점을 부여하면서 금융회사들의 진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앞으로는 사무소 유치 규모보다 실질적인 운영 성과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올해까지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전주 진출을 독려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현지 사무소가 실질적인 업무 거점으로 기능하는지 살펴보는 데 무게를 둘 방침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날 개소식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전주가 아니라 글로벌"이라며 "국민연금과 가까이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네트워크와 신뢰를 쌓아 글로벌 투자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