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금값 27% 폭락하자…은행서 불티나게 팔린 게

입력 2026-10-10 17:06
수정 2026-10-10 17:21

국제 금값이 연초 사상 최고치에서 27% 떨어지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가 없는 금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영향이다. 하지만 금값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국내 골드바 판매액은 과거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시장에선 단기 조정이 이어지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금값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이틀 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온스당 4133.15달러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월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5626.8달러)와 비교하면 약 27% 하락한 수준이다.

금값은 올해 들어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연초 급등세를 보였던 금 선물 가격은 지난 6월30일 3955.4달러까지 떨어졌다. 약 5개월 만에 30%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8월25일 4755달러까지 회복했지만 최근 한 달 반 동안 다시 13% 하락했다.


금값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꼽힌다. 채권과 달리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금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치솟은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17일 3년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국채와 달러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도 부담이다. 유가 상승이 물가 불안을 자극하면 Fed가 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긴축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값이 떨어지는 사이 투자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국내 은행에서는 골드바 판매가 급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5대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29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2024년 월평균 판매액(85억원)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다. 가격 하락을 금 매입 기회로 활용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실물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에는 310억달러(약 41조6000억원)가 순유입됐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금 투자 수요가 살아나는 배경에는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금리 상승이 채권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른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채권에 집중된 자산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역시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중앙은행의 월평균 금 매입 규모는 91톤에 달했다. 2022년 이전 월평균보다 5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54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가격과 비교하면 상당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 국채금리·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금값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