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필수코스" 외국인 몰리더니…'매출 폭등' 대반전 [현장+]

입력 2026-10-09 20:30
수정 2026-10-09 21:07


"프랑스에서도 같은 브랜드 매장이 있지만, 거긴 그냥 상점이에요. 이렇게 제품 체험부터 포토존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 않죠. 한국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8일 오후 서울 명동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플래그십 스토어 '명동 라운지'에서 만난 프랑스에서 온 테렌스(24)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친구 자차리아(23) 역시 "평소에 아웃도어 활동을 즐겨 관련 브랜드 매장을 자주 찾는다"며 "일본 도쿄에서 서울로 넘어온 건데, 체험할 요소가 더 많은 것 같아 흥미롭다"고 전했다.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 명동 라운지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다. 매장 옆에는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으로 유명한 노르디스크 매장이 있었다. 해당 매장으로부터 200걸음 정도 떨어진 100m 거리엔 살로몬 명동 직영점과 코오롱스포츠 서울 매장이 나란히 입구를 맞대고 있다.

이 외에도 인근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있어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편의성 때문에 등산복을 구매하려 이곳을 찾는 내국인들도 늘어난 모습이다. 서울 광장동에서 왔다는 51세 임서영 씨는 "근처에 일을 보러 왔는데, 이 근방에서 등산용품을 한 번에 둘러보고 구매하기 편하다는 추천을 받았다"며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등산복과 등산화를 사려면 종로5가 일대 전문상가를 찾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명동에 가면 유명 브랜드 매장을 한 번에 방문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K등산' 열풍과 일상복으로 등산복을 입는 고프코어 유행이 맞물리면서 아웃도어 쇼핑의 중심축이 전통 전문상가에서 명동의 브랜드 매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종로5가 대신 명동으로…아웃도어 브랜드 집결과거 서울에서 등산용품을 구입하는 대표적인 장소는 종로5가 일대였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주변으로 등산복과 등산화, 배낭, 등산스틱 등을 취급하는 전문점이 밀집해 있었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하거나 전문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장비를 구입하려는 등산객들이 찾는 상권이었다.

종로5가 상권의 강점은 다양한 제품과 가격대에 있었다. 전문 브랜드 제품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산용품까지 비교할 수 있었고, 이월상품이나 할인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도 선택지가 많았다. 등산을 본격적인 취미로 즐기는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이었다.

명동엔 노스페이스 운영사인 영원무역 본사 건물이 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2번 출구 옆에 있는 이 건물에서 노스페이스 명동점 매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명동이 본격적으로 아웃도어 쇼핑지로 떠오른 건 올해 1월 코오롱FnC가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스포츠 서울을 열면서다.



코오롱스포츠 서울 맞은편에 있던 아이더가 매장을 정리했지만, 이후 곧바로 살로몬이 들어왔다. 여기에 디스커버리, 스노우피크 등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 인근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까지 쇼핑 동선을 넓히면 선택지는 더욱 다양해진다. 두 백화점에도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각각 10여곳씩 입점해 있다. 소비자는 명동 거리의 대형 단독 매장과 백화점을 오가며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비교할 수 있다.

두 상권의 차이는 판매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종로5가가 다양한 전문점에서 가격과 기능을 비교하는 상권이라면 명동은 브랜드가 직접 기획한 공간에서 신제품과 브랜드 정체성을 경험하는 상권에 가깝다. 아웃도어 제품을 구매하는 장소가 단순한 장비 판매점에서 패션 쇼핑 공간으로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각인' 효과"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까지 명동 진출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외국인 고객과의 접점 확대가 꼽힌다. 중국에 이어 일본 등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서울을 브랜드의 글로벌 쇼룸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명동 매장이 국내 판매 거점인 동시에 해외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공간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코오롱스포츠가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오롱스포츠 서울'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은 약 80%에 달했다. 한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한정 제품을 찾는 수요도 나타났다. 매장에서는 외국인들에게 추가 5% 할인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노스페이스와 살로몬 등 해외 브랜드의 경쟁도 치열하다. 노스페이스는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뿐 아니라 일상복으로 입는 화이트라벨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살로몬은 트레일러닝화와 러닝화 등을 앞세워 등산객과 젊은 패션 소비자를 동시에 공략한다.

외국인 아웃도어 매출 120% 증가…K등산이 키운 명동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의 유명 산을 등산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명동이 아웃도어 브랜드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배경으로 풀이된다.

과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화장품과 패션잡화, 식품 등을 주로 구입했다면 최근에는 한국의 산을 오르거나 아웃도어 의류를 쇼핑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매출 지표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신세계백화점의 2026년 1분기 아웃도어 부문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2%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2월 외국인 아웃도어 매출이 120%,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72.1% 늘었다. 지난해 연간 증가율도 신세계백화점 79.0%, 현대백화점 70.2%, 롯데백화점 60%에 달했다.

특히 국내에서만 판매하는 상품은 관광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이나 코오롱스포츠의 일부 한국 전용 제품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구매하기 어렵다는 희소성이 구매 동기로 작용한다.

가격 경쟁력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2월 중국 춘제 연휴 당시 일부 아크테릭스 제품은 중국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등산복이 일상복으로…달라진 소비자가 상권 바꿨다명동에 아웃도어 브랜드가 모이는 또 다른 이유는 소비층의 변화다. 과거 등산복이 산에 오를 때 입는 기능성 의류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출퇴근이나 여행, 일상생활에서도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른바 '고프코어'가 대표적이다.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의류와 장비를 일상복에 접목한 패션 스타일이다. 방수 재킷이나 트레일러닝화처럼 원래 야외 활동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 도심 패션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방수·방풍 기능과 내구성, 무게 등이 주요 구매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일상복과의 활용도까지 중요해졌다.

이런 소비층을 겨냥하려면 전통적인 등산용품 전문상가보다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이 모이는 패션 상권이 유리할 수 있다. 명동은 관광과 쇼핑이 결합된 지역인 만큼 등산을 목적으로 방문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제품을 노출할 수 있다.

종로는 전문성, 명동은 브랜드…아웃도어 상권 재편
그렇다고 명동이 종로5가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지역이 제공하는 쇼핑 경험과 주력 고객층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종로5가의 등산용품 상권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블랙야크의 전신인 동진사는 1973년 종로5가에 작은 공장과 매장을 마련하고 배낭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텐트와 침낭, 등산화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국내 아웃도어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종로 일대 전문상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 장비를 찾거나 여러 가격대의 상품을 비교하려는 소비자에게는 여전히 종로5가와 같은 전문상가가 의미 있는 선택지다. 반면 명동은 유명 브랜드의 최신 제품을 직접 살펴보고 여러 브랜드를 한 번에 쇼핑하려는 소비자에게 강점이 있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등산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시장이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패션 소비자까지 포괄하는 시장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명동의 매장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손쉽게 경험하고 소비할 수 있는 거대 쇼룸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