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도 온탕' 된 제주 바다…바위 뒤덮은 정체에 '소름'

입력 2026-10-08 16:04
수정 2026-10-08 16:36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영향으로 제주 연안의 '바다숲'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국가데이터처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5155t 규모였던 제주 연근해의 해조류 생산량이 지난해 154t으로 줄었다고 8일 밝혔다. 15년 만에 97%가 감소한 수치다.

우뭇가사리(99.4%)와 톳(95.7%) 등 주요 종의 생산량도 크게 줄었다. KIOST는 해조류 군락의 감소는 특정 종의 변화나 일차생산력 감소에 그치지 않고 연안 저서 생태계 전반의 연쇄적인 구조 변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핵심 먹이원과 서식처인 바다숲 생태계가 흔들리면서 패류 생산량도 동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184t 규모로 생산됐던 전복류의 지난해 생산량은 1t에 불과했다. 오분자기의 지난해 생산량은 2t으로 1995년 대비 98.7% 줄었다.

KIOST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기반 종 분포모형(SDM)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모자반 등 주요 대형 갈조류의 생육 적지는 지속적으로 고위도로 북상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제주 바다의 토착 해조류 군락의 분포 면적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뜨거워진 바다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은 세계 평균보다 약 2.5배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KIOST는 분석했다. 적도 부근의 뜨거운 바닷물 영역이 확대하면서 쿠로시오와 대마난류를 타고 제주로 들어오는 따뜻한 바닷물이 늘었다.

제주 주변 해역의 고수온은 장기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2022년부터 5년 연속 8월 평균 수온이 28도를 넘었고, 지난 5월 수온은 최근 24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바다 표면이 뜨거워지면서 차가운 아랫물과의 대류 현상도 사라졌다. 해수면 아래의 영양분이 위로 올라오지 못해 바다의 생산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해조류가 줄어든 자리에는 남쪽 바다의 생물들이 들어오고 있다. KIOST가 2023~2025년 서귀포 보목 앞바다를 조사한 결과, 해조류가 줄어든 암반에서 열대·아열대성 돌산호 5종이 확인됐다. 이 산호들은 암반 면적의 29~55%를 덮고 있었다.

김태훈 KIOST 열대·아열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해조류 중심의 바다에 새로운 생물이 들어오면서 생태계의 구성이 바뀌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이 변화가 일시적인지에 관해서는 바다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KIOST는 입체적인 관측 체계를 갖추고 제주 연안의 변화를 꾸준히 추적할 계획이다. 인공위성과 드론, 원격조종 수중로봇(ROV)으로 넓은 해역을 촬영·분석하고, 잠수 조사로 현장 생태를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