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인사 시계…"내년 사업계획 서두르자"

입력 2026-10-06 18:03
수정 2026-10-07 01:17
국내 대기업의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사업 계획을 마련하는 시기를 한두 달씩 앞당기기 위해서다. 과거 연말에 사장단 인사를 내고 사업계획을 확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 경영진이 직접 내년도 전략을 짜고 실행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LS 등 인사 앞당길 듯6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이르면 이달 정기 임원 인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HD현대는 통상 11월께 정기 인사를 해왔지만 지난해 이례적으로 10월에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도 10월에 인사를 단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LS그룹도 한 달 가까이 인사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LS는 통상 매년 11월 말 정기 인사를 실시해 왔는데, 올해는 창립기념일(11월 11일)에 앞서 인사를 단행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한화그룹은 올해 임원 인사를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이달 1일 마무리했다.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는 지난 8월에 실시했다. 에코프로는 한발 더 빨랐다. 올해 사장단 인사를 예년보다 약 두 달 앞당겨 이달 1일 발표했다.

재계의 인사 시계가 빨라지는 것은 신임 경영진에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부터 책임을 맡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연말에 인사를 단행하면 새로 선임된 임원은 전임자가 짜놓은 사업계획을 넘겨받아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10~11월 인사를 마치면 새 경영진이 예산과 투자, 조직 운영 등 이듬해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 임원도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어떻게 꾸릴지 결정할 권한을 쥐게 된다. 새 경영진과 임원에게 성과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는 동시에 이들에게 의사결정을 할 공간을 열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새 진용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이기도 하다. ◇4대 그룹도 임원 평가 돌입4대 그룹도 인사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SK그룹 안팎에서는 다음달 12일부터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전인 이달 하순 사장단 인사를 시작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은 과거 통상 12월 첫째주에 정기 인사를 단행했지만 지난해부터 시점을 앞당겼다. 새로 선임된 경영진이 CEO 세미나부터 참석해 이듬해 경영전략 수립을 주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을 수시로 교체하는 인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11월 주요 계열사 대표의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정기 임원인사는 지난해와 같이 12월께 시행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달 말까지 임원 평가를 한 뒤 다음달 마지막 주께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역시 이달부터 주요 계열사의 업적 보고에 들어간 뒤 다음달 넷째주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그룹의 최고위층은 인사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실무적인 문제 때문에 실제 인사 시기는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 해 실적을 최대한 확인한 뒤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평가를 미리 마무리하고 새 경영진에 다음해 사업계획을 맡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글로벌 경영환경이 복잡해진 만큼 조직 개편과 전략 수립,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신정은/김채연/김우섭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