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5년 인하…“온실가스 400만t 감축 기회 놓쳤다”

입력 2026-10-06 15:25
수정 2026-10-06 15:28
2021년 11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5년째 이어지면서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류세를 정상적으로 유지했다면 약 5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누적 400만t가량 추가로 줄일 수 있었다는 추정이다.

그린피스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류세 인하의 숨은 비용과 수송 에너지 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장기간 이어진 유류세 인하가 연료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 세수 등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월부터 2026년 말까지 유류세 인하가 시행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 유류 사용량은 누적 약 17억7000만L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약 400만t으로 분석됐다.

국내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속도는 더딘 편이다. 수송부문 배출량은 2018년 9880만t에서 2024년 9750만t으로 6년 동안 약 130만t 감소했다. 연평균 감축량은 약 22만t이다. 보고서는 유류세가 정상적으로 유지됐다면 연평균 약 77만t을 추가로 감축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수송부문 연평균 감축량의 약 3.5배에 해당한다.

세수 15조 확보 기회 놓쳐

세수 감소 효과도 컸다. 보고서는 유류세 인하가 없었다면 같은 기간 누적 약 15조4000억원의 순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재원을 대중교통 개선과 무공해차 보급 등 수송부문 전환에 활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유류 소비 감소에 따른 에너지 수입 비용 절감 효과도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유류세 정상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원유 수입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수송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면 온실가스 감축과 세수 확보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30년까지 유류세를 주요국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연료 가격에 탄소비용을 반영할 경우 연간 약 370만~700만t의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하고, 연간 약 3조1000억~6조1000억원의 순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추가 세수는 대중교통과 무공해차 전환 등에 투자하는 동시에 유류비 부담이 큰 저소득층과 교통 취약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률적으로 연료 가격을 낮추기보다 필요한 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송부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37.8%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실제 감축률은 약 1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세제 전반 개편해야"

박 의원은 “유가가 높은 지금 당장 인하를 멈추자는 것이 아니다. 한시 조치가 5년째 이어지는데도 언제, 어떤 조건에서 끝낼지 기준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NDC 달성은 특정 부처만의 일이 아닌 만큼 기후에너지·재정·교통 부처가 함께 유류세 정상화의 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하고, 확보한 재원은 대중교통과 무공해차 전환,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20여년 전 마련된 수송 에너지 세제가 근본적인 개편 논의 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유류세를 비롯한 수송 에너지 세제 전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연료 가격에 탄소비용을 반영하고, 확보한 재원을 수송부문 전환에 재투자하는 세제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혜란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유류세 인하는 기름을 많이 쓸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라 모순적”이라며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급변하는 외부 정세에 대응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